데뷔 앞둔 '아리안 6호' 버리고...
유럽기상위성, 팰컨9으로 바꿔쏜다

Eumetsat, 스페이스X에 맡기자 유럽 우주업계 충격

유럽기상위성개발기구의 MTG-S1 정지궤도 기상위성 상상도. / Eumetsat

 

유럽의 자존심 ‘아리안 6호(Ariane 6)’ 차세대 로켓의 첫 발사가 불과 2주도 안 남았는데... 유럽 위성을 유럽 발사대가 아닌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대에서 쏜다니...

 

유럽기상위성개발기구(Eumetsat)가 기상위성 ‘Meteosat MTG-S1’의 발사체를 갑작스레 바꾸면서 유럽 우주업계가 충격과 실망에 빠졌다. Eumetsat가 유럽의 최신형 아리안 6호를 이용하려던 계약까지 폐기하면서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 9)으로 갈아타기로 하면서다. 특히 데뷔를 앞둔 야심작 아리안 6호에 불똥이 튄 셈이어서 더욱 충격이 크다.

 

미국의 우주미디어들에 따르면, Eumetsat는 6월 28일 MTG-S1(Meteosat 3세대 사운더 1) 정지궤도 기상위성이 2025년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6월 26일, 27일 열린 30개 회원국 이사회에서 내려진 결정을 전한 것이다. 당초 무게 4t짜리 MTG-S1 위성은 이르면 올해 초 아리안 6호를 타고 우주로 떠날 예정이었다.

 

필 에반스 Eumetsat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은 예외적인 상황에 따라 이루어졌다”면서도 발사체 교체의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다만 충격을 받을 유럽 관련업계를 의식한 듯 "유럽 기술의 걸작(MTG-S1)이 스페이스X를 통해 성공적으로 발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Eumetsat가 아리안 6호 대신 팰컨9을 선택한 까닭은 예정대로 발사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아리안 6호 로켓의 안전성과 경제성, 아리안그룹과 아리안스페이스의 능력에 대해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Eumetsat가 성명에서 “국가 기상 서비스는 새롭고 더 정확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생명, 재산 및 인프라를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내년 팰컨9 로켓으로 MTG-S1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SpaceX에 발사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

 

6월 27일 프랑스 르몽드가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하자 유럽 우주조직 지도부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다. 필립 밥티스트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대표는 "분명히 오늘은 유럽의 우주 노력에 있어 매우 실망스러운 날"이라며 "타이밍으로 볼 때 아주 잔인한 변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종의 '유럽 구매' 규정의 시행을 촉구했다. 요제프 아슈바허 유럽우주국(ESA) 사무총장도 "Eumetsat의 결정이 놀랍다"며 "특히 아리안 6호가 7월 9일 첫 비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허탈해했다.

 

아리안스페이스가 관리하는 아리안 6호의 두 번째 발사는 올해 말로 예상된다. 아리안 6호 프로그램 책임자인 카롤린 아르누는 6월 25일 브리핑에서 아리안 6호의 주문 잔량은 30개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다른 기업 고객, 정부 고객과 함께 18개의 아마존(Amazon) 카이퍼 프로젝트 위성 발사가 포함된다. 아리안 6호는 연도별로 내년 6번, 2026년 8번, 2027년 10번의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발사대 위기' 기간 동안 팰컨9를 선택한 유럽 기관 고객은 Eumetsat에 앞서 더 있었다. ESA는 지난해 팰컨 9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렸고, 올해 5월에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함께 지구과학 공동 임무인 EarthCARE 위성을 발사했다. 또 오는 10월에도 팰컨9를 이용한 ESA의 Hera 소행성 임무가 대기 중이다. 이밖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갈릴레오 항법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팰컨9를 선택한 바 있다. 팰컨9 가운데 하나는 4월에 한 쌍의 위성을 발사하고 다른 한 쌍은 올해 말 발사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