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주의 꿈' 아리안 6호
4년 지연 끝 '성공적 발사'!

ESA, 독자적 우주 접근권 확보... 상부 대기권 재진입은 실패

‘유럽의 우주기술 자부심’ 신형 로켓 아리안 6호가 9일(현지시간) 우주로 치솟고 있다. / ESA

 

유럽우주국(ESA)이 28년 만에 선보인 신형 로켓 아리안 6호(Ariane 6)가 첫 발사에 성공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13개 ESA 회원국은 1년 간의 로켓 공백을 해소했다고 환호했다. 이로써 ESA는 미국의 스페이스X 발사체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우주 접근권을 다시 확보했다. 미국과 중국 간 우주경쟁 속에서 유럽 국가와 기업들도 우주 탐사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ESA와 스페이스뉴스닷컴 등 우주매체에 따르면, 프랑스 아리안그룹이 개발한 아리안 6호는 9일 오후 4시(한국시각 10일 새벽 4시)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에 있는 기아나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로켓은 이륙 18분 여만에 궤도에 진입, 1시간 후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소형위성 등 11개 탑재물을 저궤도에 배치했다. 대학들에서 개발한 11개 연구용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실어나르는 등 약 3시간에 걸친 임무를 수행했다. 이중에는 한국 항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위성도 포함됐다.

일본의 H3, 미국의 벌컨 센토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선보인 신형로켓 아리안 6호의 이번 발사는 당초 예정보다 4년 늦어진 것이다.

 

다만 아리안 6호는 마지막 단계에서 보조동력장치(APU)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겪었다. 이로 인해 경로가 틀어지며 상부 구조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사용이 가능한 상부 구조물은 우주 쓰레기 처리 및 로켓 탑재물의 지구 귀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대기권에 재진입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태평양에 낙하한 상부 구조물을 회수하려던 ESA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다.
 

로켓 분리에 성공하는 순간. / ESA

 

ESA는 상부 재진입 실험에는 실패했지만 발사 자체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리안 6호의 데뷔 성공으로 ESA와 유럽 대륙은 한시름을 놓게 됐다. 지난해 7월 아리안 5호의 퇴역, 러시아 소유즈와의 협력 중단, 소형 베가-C 로켓의 실패 이후 자체 발사 능력을 갖추지 못해 고심해 왔기 때문. 아리안 6호는 지난해까지 27년간 117회 발사 기록을 보유한 아리안 5호의 후속작이다. 아리안 5호는 인류 최초 혜성탐사선 '로제타'와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등을 우주로 실어 나른 바 있다.

 

ESA는 스페이스X 등 저렴한 발사 비용을 앞세우는 민간 우주개발업체와의 경쟁이 거세지자, 민간업체인 아리안그룹과 손잡고 차세대 우주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왔다. 아리안 6호는 높이 63m에 지름 5.4m의 2단 로켓으로 지구 저궤도에 최대 21.6톤의 탑재물을 올려놓을 수 있다. 추진제로는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쓴다.

 

아리안 6호는 두 가지 구성, 즉 아리안 62와 아리안 64가 있다. 아리안 62에는 중형 탑재물을 들어 올리기 위한 2개의 고체 연료 측면 부스터가 통합된다. 아리안 64에는 발사시장에서 가장 무거운 위성을 들어 올릴 수 있는 4개의 스트랩 온 부스터가 있다. 이번 임무에서는 아리안 62 변형이 사용됐다.

 

아리안 6호 개발의 주안점은 성능보다는 비용 절감과 생산 시스템의 간소화다. 아리안그룹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부품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했다. 또 위성 발사 수요 증가에 대응해 연간 최대 발사 횟수도 아리안 5호의 6회보다 많은 12회까지 늘렸다. 현재로선 올해 하반기에 1회, 내년 6회, 2026년 8회 발사가 잡혀 있다.

 

현재 이 로켓의 '경쟁 상대'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이다. ESA는 아리안 6호 개발에 이어 재사용 가능한 ‘아리안 넥스트’를 후속 로켓으로 개발 중이다. 1단 추진체를 재사용하는 스페이스X에 비해 경쟁력에서 뒤진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아리안 넥스트의 첫 발사 목표 시기는 2030년대다.

 

임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X에 올린 축하 게시물. / X

 

발사 성공에 대해, 프랑스와 ESA 고위인사의 축하가 잇달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 "이것이 우리의 우주 역사,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 프랑스와 유럽의 자부심의 원천이다. 아리안 6호 첫번째 발사는 성공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팀원들에게 큰 축하를 전한다. 임무 완수"라고 기뻐했다.

 

아탈 프랑스 총리도 "아리안 6호 첫 비행 성공. 프랑스와 유럽의 자존심. 모든 ESA 팀에게 축하를 전한다. 꿈과 별을 향해 나아가세요!"라고 가세했다. 요제프 애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아리안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유럽이 우주에 대한 접근성을 회복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며 “첫번째 시도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은 유럽의 엔지니어링과 기술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톨커 닐슨 ESA 국장도 "유럽은 우주로 복귀하는 계기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