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은 유리 비, 썩은 계란 냄새...
참 살벌한 외계행성도 있네!

제임스웹, 65광년 밖 거대 가스 행성 세부모습 포착


2005년에 발견된 거대 가스 외계행성 HD 189733b. / NASA·ESO

 

표면 온도 900도가 넘고, 녹아 버린 유리 비가 내리고, 최대 시속 8000km대 불볕바람이 불고, 대기에서는 썩은 계란 냄새가 난다. 유황 덩어리의 지옥도 같은 행성이 발견됐다. 모두 우주망원경 데이터의 추정이지만, 이런 외계행성이 있다면 아주 특이한 존재라고 분류할 수밖에 없을 터.

 

과학자들이 우리 태양계 밖에서 발견한 수많은 외계행성 가운데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이상한 행성 하나가 겉모습을 드러냈다. 파란빛 외관의 이미지를 포착한 주인공은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다.

 

해외 과학매체들에 따르면, 지구로부터 65광년 떨어진 거대 가스 외계행성 'HD 189733b'에서 미량이지만 황화수소(hydrogen sulfide)가 발견됐다. 이는 태양계 밖 외계행성에서는 최초다. 황화수소는 원유, 하수 슬러지, 화산 가스에 포함된 동일한 화합물로 썩은 달걀 냄새로 악명이 높다.

 

JWST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주도한 광웨이 푸(존스홉킨스대 천체물리학자)는 "유황은 더 복잡한 분자를 만드는 데 필수 요소"라며 "뜻밖에 황화수소를 찾아낸 것은 다른 행성에서 이 분자를 찾고 다양한 유형의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혀줄 디딤돌"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 행성 대기에서 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까지 발견했다. 연구 결과는 7월 8일자 '네이처 저널'에 실렸다.

 

2005년에 처음 발견된 HD 189733b는 목성보다 약 10% 더 크지만 '뜨거운 목성'에 비유될 만큼 불볕이다. 대기 온도는 평균 섭씨 900도가 넘는다. 강풍 탓에 유리 같은 규산염 입자가 비처럼 옆으로 날아간다. 모항성과의 근접성 때문에 단일 궤도를 완료하는 데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HD 189733b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잘 연구된 외계행성 분야에서 '거인'으로 꼽힌다.

 

HD 189733b는 또 가스 거대 행성인 목성과 토성보다 더 많은 금속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WST 데이터에 따르면 HD 189733b의 중금속 수준이 목성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하다. 이는 행성의 질량과 금속 함량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는 단서다. 우리 태양계에서 해왕성과 천왕성은 질량이 작지만 가장 큰 행성인 목성과 토성보다 더 많은 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해왕성과 천왕성의 형성에 수소나 헬륨과 같은 가스보다는 더 많은 얼음, 암석, 금속이 관여했다고 믿고 있다.

 

이번 HD 189733b 이미지 포착을 계기로 JWST에서 더 많은 데이터 세트를 통해 외계행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우리 태양계가 은하계에서 어느 정도 독특한지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