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11호와 함께한 행복!
진실 vs 조작: 음모론을 생각함

NASA가 지원한 '달착륙 음모설'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인간이 달에 간다는 것은, 인류사적인 일이다. 그런데 개인의 차원에서 보면, 누구에게는 꿈을 이루는 도전이고, 목숨건 모험이고, 엄청난 장사의 기회이고, 출세의 동아줄이다. 1969년의 어느날, 아폴로11호는 미국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출발해 달로 갔고, 달에 발을 디뎠고, 지상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3명의 영웅들, 그리고 그들의 영광 뒤에서 땀흘린 수많은 사람들....

 

그 시절, 아폴로11호 발사를 둘러싸고, 각자의 영역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거칠게 단순화한 표현으로 '달에 가려는 남자'와 '달도 팔 수 있는 여자'의 만남,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Fly Me To the Moon>. 이 유쾌한 영화를 만나보자. 아, 만나기 쉽지는 않다. 극장 몇 군데에서 하루 한두차례만 간신히 상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 속에는 영화를 이해하는 두개의 워딩이 등장한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다.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선택했다. 이번 10년이 끝나기 전에 우리 우주인들이 달에 가고, 무사히 집으로 데려올 것이다." 1962년 존 F 케네디가 한 연설이다. 냉전시대, 소련에 뒤진 미국의 우주탐사가 한방에 역전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바로 아폴로 미션이다. 우주비행은 유리 가가린이 먼저 했지만, 달 착륙은 미국 조종사가 먼저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사명이 그 당시 우주미션과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아무도 믿지 않더라도 진실은 진실이다. 모두가 믿더라도 거짓은 거짓이다." 이 말은 영화 속 여주인공 캘리 존스(스칼렛 요핸슨)의 말이다. 평생 거짓을 살다가, 진실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과 만나, 진실의 편에서 마지막 거짓을 행하고난 뒤에 한 말이다. 아주 흔한 말이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 이 말을 하는 영화를 본 적 있나. 이 말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이고, 헌신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찬사다. 

 

달 탐사에 모든 것을 건 정직한 남자와 홍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가 만났다. / IMDB

 

▶영화의 스토리라인

케네디의 선언 이후 뜨겁게 달 탐사 열기가 달아올랐지만, 1967년 아폴로1호 조종사들의 비극적인 참사 이후 급격히 여론이 달 탐사에 회의적으로 바뀐다. 게다가 월남전. 타고난 조종사인데 사정상 아폴로 비행사로 뽑히지 못한 대신 발사를 책임지고 있는 남자 콜 데이비스(채닝 데이텀)는 자금난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발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도, 역부족...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 정부의 비밀스러운 인물 모 버커스(우디 해럴슨)가 홍보의 귀재 캘리 존스에게 달을 홍보하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 혹은 세 사람. 그들은 열정적으로 아폴로11호 흥행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정부쪽에서 가짜 달 영상을 만들라고 캘리에게 '제안'하면서 생긴다. 처음으로 진실과 거짓 속에서, 사랑과 비밀 속에서 갈등하는 우리의 여주인공....

 

가짜 달 표면을 만들고 배우를 훈련시켜 달 착륙 장면을 가짜로 연출하고 있는 사람들. / IMDB

 

▶'음모론'이라는 바이러스

음모론의 대표적인 사례는 우주와 관련된 것들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로스웰의 외계인과 우주선 이야기에 이어, 누가 외계인이다 아니다, 누가 죽었다 아니다, 케네디를 암살한 자는 사실 누구다.... 아폴로11호는 달에 가지 않았다는 것도 대표적 음모론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가짜로 만들었다는 음모론을 살짝 비틀어 이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의 주요 축이 된 것도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서 '거짓팀'은 우주센터 한 켠에 비밀창고를 만들고 배우들을 준비시켜 아폴로11호 달 착륙 이후의 달 표면 활동을 가짜로 방송하겠다고 나선다. 그 결과와 관계없이 '음모'와 거짓은 관계된 모든 사람을 파멸로 몰아간다. 우리가 현실에서 보면, 그리고 영화에서 보면, 거짓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것 같지만, 이 영화와 내가 믿고 싶은 말은 "모두가 믿어도 거짓은 거짓이다"는 것이다. 

 

NASA에서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확인해야 발사가 진행된다. 이 부분이 가장 멋지다는 대사도 나온다. / IMDB

 

▶'달착륙 음모론' 영화를 NASA가 지원?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지원한 영화로 유명하다. 영화 제작팀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본을 검토한 NASA가 승인했고, 케네디 우주센터를 촬영장소로 내 준 것은 물론, 발사장 현장 분위기와 관련 상황들에 대한 조언도 해줬고, 수많은 영상자료를 빌려줬다. 그래서 극적인 우주선 장면들이 모두 실제 장면이다. 다만, 고화질로 복원했다는 점만 다를 뿐.... 왜 그랬을까. 영화의 해피엔딩, 모두가 아는 아폴로11호의 성공신화, 그리고 아르테미스 미션으로 다시 달에 가고자 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짜 달착륙 촬영을 하겠다고 만든 콘티의 이름이 '아르테미스'인 것도 이같은 실체적 진실의 자신감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달 탐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목숨 건 모험에 나선 개척자들 덕분이다. 벽면 부조는 아폴로 1호 희생자들의 모습이다. / IMDB

 

▶영화를 보면서 행복해지는 느낌

오랜만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행복해지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녹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극의 흐름과 극중 인물의 단선성 때문이기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되는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사실, 목숨을 건 도전, 그 도전을 실현시켜준 국가적 경쟁, 당당히 목표를 선언한 지도자의 리더십, 최고의 전문가들의 조용하지만 헌신적인 업무수행, 똑똑한 사람들이 일하는 창의적 방식, 그리고 진실과 사랑의 힘 등등 이 세상에 이런 것만 있음 좋겠다 싶은 것들이 모두 녹아있다. 그것들을 가볍게 톡톡 건드려주는 연출의 힘까지 살아있으니, 영화를 보는 동안, 즐겁지 않은 시간이 없다. 비록 폭염과 폭우에 뒤섞인 날이었고, 극장이 너무나 썰렁했지만, 영화를 보는 132분의 긴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라이트룸 서울>에서 상영 중인 다큐영화 <문 워커스>는 편안히 앉아 온몸을 감싸는 화면을 체감할 수 있다. / cosmos times

 

▶덤1, 아폴로11호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 <문 워커스>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과 같은 자료로 만들어졌을 다른 영화가 마침 지금 서울에서 상영되고 있다. '라이트룸 서울'에서 상영되고 있는 5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문 워커스>다. 톰 행크스가 내레이션을 맡아 아폴로11호를 비롯한 아폴로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극적인 화면과 음향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4면의 벽과 바닥까지가 스크린 역할을 하고 관객들은 온몸으로 그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6차례에 걸쳐 12명의 우주인이 달 표면을 걷고 다양한 실험을 한 장면들을 보고 나면, 아폴로 프로젝트의 위대함과 그 결과로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덤2,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Fly me to the Moon'

1954년 피아니스트 작곡가 바트 하워드가 만든 노래를 프랭크 시나트라가 리메이크해 공전의 히트를 친 노래 '플라이 미 투 더 문'이 이 영화의 제목이 됐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한 등장인물이 춤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른다. 그 사람은 누굴까? 궁금하면 영화를 보시라. 행복해질 것이다.  

 

Fly Me to the moon

Let me play among the stars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baby kiss me
나를 달까지 태워다줘
저 별들 사이에서 놀 수 있게 해줘
목성과 화성의 봄은 어떤지 내게 보여줘
다시 말하자면, 내 손을 잡아줘
다시 말하자면, 내게 키스해 줘

 

Fill my heart with song

And let me sing forevermore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 love you
내 마음을 노래로 채워줘
내가 영원히 노래할 수 있게 해줘
내가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찬미하는 건 그대뿐
다시 말하자면, 제발 진실해줘
다시 말하자면, 나는 당신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