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할 람세스 탐사선 상상도. / ESA

프랑스 에펠탑보다 큰 소행성(asteroid)이 지구로 향하고 있다. 당장 올해는 아니지만 2029년께 지구에 가까이 스쳐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GPS나 TV위성보다 지구에 더 바짝 다가서는 3만2000km까지 접근한다. 지구 충돌 그 자체보다 우주물체의 근접 비행에 따른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주당국이 지구방어 임무에 일찌감치 시동을 걸었다.

영국의 가디안을 비롯한 유럽의 과학미디어들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2029년 지구에 3만2000km까지 접근할 것으로 분석되는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를 겨냥한 행성 방어 임무를 시작했다. '람세스(Rapid Apophis Mission for Space Safety)'라는 이름의 임무는 '소행성 99943', 일명 아포피스를 타깃으로 한다. 아포피스는 길이가 약 375m로 일부 지구동기궤도 위성보다 지구에 더 가깝게 지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아포피스는 한국 우주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우주청)이 탐사 계획을 밝힌 곳이기도 하다.

ESA는 "소행성이 앞으로 최소 100년 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을 천문학자들이 배제해 왔다"며 "아포피스만한 또 다른 암석은 향후 5000~1만년 동안 지구에 바싹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요제프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이 "ESA의 우주안전프로그램은 현재 자원을 사용하여 임무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며 "ESA와 회원국은 더 민첩하게 대응하고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홀거 크라그 ESA 우주안전프로그램 사무국장은 "아포피스가 지구에 근접하면 거대한 암석 덩어리는 지구와 상호 작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행성 방어에 있어서 목표는 소행성에 대해 과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소행성이 지구에 위험이 될 때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포피스가 지구 옆을 지나가는 2029년에도 지구는 안전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런데 만에 하나 문제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충격파, 섬광, 진동 등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발견 당시 아포피스는 가장 위험한 소행성으로 분류됐고 2029년, 2036년 또는 2068년에 지구와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됐던 게 사실이다.

람세스 비행 임무가 확정되려면 내년 11월 ESA 각료회의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지지를 받게 되면 람세스는 2028년 4월 발사 후 이듬해 2월부터 아포피스와 만나 동행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때 지구의 중력이 소행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게 된다. 아포피스의 구성, 내부 구조, 응집력, 질량, 밀도, 다공성뿐만 아니라 저공 비행 전후의 소행성 모양, 표면, 궤도, 회전 등을 과학장비를 통해 관측할 예정이다. ESA가 아포피스의 특성을 파악하면 지구근접물체를 경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알아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태양계 형성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까지 덤으로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에 근접 비행하는 소행성의 위험을 막으려는 ESA의 비슷한 활동으로 '헤라(Hera) 미션'이 있다. 헤라는 2023년에 발사되어 2027년에 목표 소행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디디모스 쌍성소행성계를 연구하고 2022년 NASA의 쌍소행성궤도수정시험(DART) 때문에 생긴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변화도 조사하게 된다.

소행성 아포피스의 표면 위를 선회하며,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NASA의 우주선 오시리스-아펙스. /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아포피스로 향하는 ESA의 람세스 외에 NASA도 '오시리스-렉스(OSIRIS-REx)'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는 2021년 소행성 베누에서 샘플을 수집해 지구로 귀환한 바 있고 추가 임무로 아포피스로 보내져 오시리스-아펙스(OSIRIS-APEX)로도 불린다. 오시리스-렉스는 아포피스가 지구 근접비행을 마치면 약 한 달 후에 소행성에 도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