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남극 얼음탐사 로버 '바이퍼'
NASA, 돈 모자라 미션 취소

비용 30% 늘자 포기... 완성앞둔 '바이퍼' 다른 국가-기업에 판매 모색

달 남극에서 이동 중인 바이퍼 탐사선의 상상도. / NASA

 

바퀴 4개 달린 '무인 달 자동차'로 불리는 바이퍼(VIPER) 탐사 로버가 결국 달에 가지 못하게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납품 등 지연과 비용 초과를 이유로 해당 프로젝트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미 4억5000만 달러를 쏟아붓고, 달의 남극에서 얼음 상태의 물을 찾으려던 NASA의 달 탐사 프로그램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NASA와 스페이스뉴스닷컴 등 우주항공 매체에 따르면, NASA는 현지시간 17일 '바이퍼(Volatiles Investigating Polar Exploration Rover)' 개발 임무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달 탐사 로봇인 바이퍼는 원래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의 '그리핀(Griffin)' 착륙선에 실려 내년 9월 달 뒷면, 영구적으로 그늘진 곳으로 보내질 예정이었다.

 

높이 2.5m, 길이와 폭 1.5m의 바이퍼는 차량 내부에 탐사 장비를 실을 수 있다. 골프장 카트와 비슷한 크기의 바이퍼는 지구 관제소에서 원격 통제 신호를 받아 시속 0.72㎞로 이동할 수 있고, 달 착륙 뒤 100일간 운영될 계획이었다.

 

NASA 관계자들은 취소 발표 브리핑에서 바이퍼의 비용이 30% 이상 증가한 탓에 종료 검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NASA는 2021년에 4억3350만달러(약 5988억원) 규모의 바이퍼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조엘 키언스 NASA 과학임무이사회 부국장은 "바이퍼가 팬데믹 이후 주요 부품의 공급망 문제로 여러 차례 지연되었다"며 최신 추정치가 6억960만 달러(약 8420억원)로 치솟았다고 실토했다. 니키 폭스 NASA 과학 부국장도 "바이퍼를 계속 추진할 경우 상업용 달 탑재 서비스의 여타 임무를 포기하거나 축소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제작 완료를 눈앞에 둔 바이퍼는 마지막 관문인 환경 테스트를 남겨두고 있었다. 키언스는 “일반적으로 우주선 개발 시스템 수준의 환경 테스트는 수정이 필요한 문제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ASA로서는 바이퍼를 통해 수행해야 할 많은 과학 임무를 착륙선과 궤도선에 의해 수행하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바이퍼가 제공해 줄 이동성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NASA는 바이퍼를 취소해 최소 8400만 달러(약 1160억원)를 절약하게 됐다. 바이퍼를 분해해 장비와 다른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 NASA는 일단 분해에 앞서 미국 기업과 국제 파트너로부터 8월 1일까지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바이퍼를 자체적으로 운용할 의향이 있는지 묻겠다는 것이다.

 

한편, 바이퍼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우주선 그리핀의 임무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리핀은 로버 대신 질량 시뮬레이터를 싣고 대형화물 착륙 능력을 시험받아야 한다. 바이퍼를 탑재하기 위해 설계된 그리핀이 다른 과학 탑재물을 수용하려면 설계 변경과 제작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 NASA는 그리핀의 임무 준비가 내년 9월에나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