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에 18km두께 다이아몬드!
485km 땅속에 거대 '보물층'

벨기에·중국 연구팀, '극도로 높은 탄소함량' 통해 시뮬레이션

미국 항공우주국의 태양계 포스터 시리즈의 수성 버전 포스터. / NASA

 

태양계의 첫번째 행성인 수성(Mercury)의 표면으로부터 485km 아래에 두꺼운 다이아몬드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성의 극도로 높은 탄소 함량 때문에 내부에서 보물이 생겨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수성의 표면이 왜 완전히 칙칙하고 회색인지에 대한 설명도 가능해졌다.

 

미국 과학매체 퓨처리즘 등에 따르면, 수성의 맨틀(지각과 핵 사이의 광대한 층) 암석에 최대 18km 두께의 다이아몬드층이 있다고 추정하는 새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성의 여러 수수께끼 같은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놀라운 이론이 제시된 것이다. 벨기에와 중국의 연구팀이 규명한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실렸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얀하오 린(베이징 고압과학기술첨단연구센터)은 "수년 전 수성의 극도로 높은 탄소 함량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행성 내부의 기본구성 정보를 제공해 줬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메신저(MESSENGER)' 우주선은 수성 표면에서 탄소의 일종인 흑연으로 인식되는 비정상적으로 검은 부분을 발견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수성을 공전한 메신저의 데이터를 분석해, 수성이 연필에 쓰이는 회색 물질인 흑연으로 덮여 있음을 발견했다. 흑연은 맨틀보다 가볍기 때문에 표면으로 떠오른다.

 

그럼 흑연은 어떻게 수성에 도달했을까. 과학자들은 흑연이 한때 녹아서 수성의 맨틀 깊은 곳의 마그마 바다에서 분출되어 결국 냉각되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탄소원이 얼마나 깊은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 압력이나 온도와 같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다이아몬드와 같은 다른 탄소 물질도 형성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어떻게 수성의 맨틀에서 다이아몬드층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수성 내부 조건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사용한 기계는 모루 프레스(anvil press)다. 지구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한 물질에 최대 7기가파스칼(해수면에서 지구 대기압의 7만배)에 달하는 압력을 가했더니 핵-맨틀 경계에서 압력이 실제로 5.575기가파스칼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황 희석이 도입되면서 맨틀 물질은 예상보다 낮은 온도인 약 2200켈빈(0K는 섭씨 -273.15°C에 해당)에서 녹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조건으로 다이아몬드 형성이 완벽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또한 황이 첨가되었을 때 화학적 혼합물이 상당히 높은 온도에서만 응고된다는 것도 발견했는데, 황은 다이아몬드 형성 가능성을 더 높인다. 다이아몬드가 마그마 바다에서 형성됨에 따라 점차적으로 가라앉아 핵-맨틀 경계에 퇴적되어 표면 아래 약 485km에 보석으로 장식된 층을 이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는 열 전도를 잘 하기 때문에 내부에 급격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여 수성 핵의 액체를 휘저어놓을 수도 있다"며 "수성의 자기장이 행성의 크기에 비해 강력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성의 다이아몬드는 군침을 흘려선 안될 '그림의 떡'이다. 수성의 최고 400도 넘게 치솟는 초고온에다 지표면 아래 거의 485km에 위치한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부산 간 거리 약 430km보다 더 깊은 곳에 박혀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