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0만km '초고속 천체'
NASA 시민 과학자들이 찾았다

WISE 이미지에서 우리 은하 속 'CWISE J1249' 발견

‘CWISE J1249’(오른쪽)가 초신성이 된 별에 가까웠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가설이 있다. / W. M. Keck Observatory, NASA

 

우주를 가로질러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물체. 보통의 별들은 우리 은하수 안에서 궤도에 따라 안정적으로 움직이는데 비해 아주 다르게 움직이는 기이한 천체 하나가 시민 과학자들에게 포착됐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열광적인 우주관찰 팬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은하수의 중력과 은하간 공간으로의 분출을 거스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찾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로써 중요한 천문학적 발견이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밤하늘을 유심히 관측하는 시민들도 필요하다는 게 입증됐다.

 

NASA와 미국의 여러 우주매체에 따르면, 시민 과학자들이 신비한 천체 'CWISE J1249'를 발견했다. 이들은 NASA의 '뒷마당 세계: 행성 9(Backyard Worlds: Planet 9)'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반인들로 NASA의 ‘와이즈(WISE)’ 망원경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한 끝에 낯선 천체를 찾아냈다. CWISE J1249가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속도는 무려 시속 160만km로 알려졌다. 이 속도로는 지구 한 바퀴를 1분 30초 만에 돌 수 있고, 상업용 제트 여객기보다 1778배 빠르다.

 

시민 과학자들이 찾아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의 연구가 시작됐다. NASA,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여러 대학의 과학자 팀이 데이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가 승인된 사전공개 논문에서 CWISE J1249가 실제로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특성상 작은 별이나 갈색 왜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이 천체가 은하수의 중력에서 벗어나 우주로 날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화제의 시민 과학자들은 비클, 마틴 카바트닉, 오스틴 로더미치다. 세 사람은 최근 퇴역한 NASA의 '광역 적외선 탐사 위성(WISE)'이 포착한 이미지를 살펴보는 온라인 협업인 '뒷마당 세계: 행성 9'의 참가자다. 이 협업의 목표는 갈색 왜성(별이 되지 못한 준항성 천체), 질량이 낮은 별, 심지어 태양을 도는 가설상의 아홉 번째 행성 등 태양계 가장자리에 있는 천체를 식별하는 것이다.

 

시민 과학자들에게 보내진 사진은 WISE의 적외선 카메라에서 처리됐다. 이들은 약 5년 간격으로 촬영한 같은 물체의 일련의 사진을 분석해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하고 ‘뒷마당 세계 포털’을 통해 보고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하와이 대학교의 근적외선 에셸레트 분광 망원경으로 문제의 물체를 관찰하여 CWISE J1249라고 이름 붙였다. WISE는 2009년 발사돼 2011년까지 활동했고 후속 ‘니오와이즈(NEOWISE)’도 최근 퇴역한 가운데 소행성 탐사 임무는 2027년까지 ‘니오 서베이어’의 발사를 기다려야 한다.

 

CWISE J1249는 속도만 특이한 게 아니다. 다른 별이나 갈색 왜성보다 철과 금속 함량이 적어 아주 오래된 천체일 가능성이 있다. 이 물체의 연구 논문에 참여한 카일 크레머 교수(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는 “CWISE J1249는 쌍성계의 일부였을 수 있지만 파트너가 초신성으로 변하면서 바깥쪽으로 내던져졌을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설명은 “그것이 구상성단(수많은 별들의 집합체)의 일부로 시작되었지만 두 개의 블랙홀과 근접 조우하여 복잡한 역학 때문에 구상성단에서 바로 버려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WISE 데이터를 활용한 시민 과학자들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CWISE J1249’의 포착은 천체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 주고, 미래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아마추어 천체 관심자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