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 부른 그 소행성,
6600만년전 태양계 외곽서 왔다

국제연구팀, "외계 핵심금속 확인... 오르트구름에서 왔을 수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공룡이 멸종할 때 지구에 우주인이 착륙한다는 스토리의 영화 <65>. 65는 6500만년전을 뜻한다. / imdb.com

 

약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소행성(asteroid)이 충돌하여 공룡을 멸종시킨 대재앙 사건이 있었다. 당시 공룡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물까지 지구에서 사라졌다. 문제의 소행성은 태양계 내부가 아니라 태양계 외곽에서 날아왔음을 밝혀주는 연구 결과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8월 16일자에 실렸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네이처닷컴 등에 따르면, 지구에서 공룡을 앗아간 소행성(지구와 충돌한 후에는 운석(meteorite)으로 불림)의 기원이 태양계 외곽이고, 거대한 암석 덩어리는 목성의 이동으로 궤도를 벗어나 태양계를 가로질러 충돌 경로를 따라 직진했다.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으로 확인된 우주 암석(C형 소행성)의 지름은 약 10km다.

 

당시 파괴적 충돌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충격파, 열 펄스(heat pulse), 먼지와 수년간의 충격 겨울(impact winter)을 불러 지구 생물종의 60% 이상이 자취를 감췄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트리케라톱스 같은 공룡뿐만 아니라 익룡과 모사사우루스 등 해양 파충류도 멸종했다.

 

당시 충돌 여파로 멕시코 해안 근처에 거대한 분화구 '칙술루브(Chicxulub)'가 남았다. 지질학자들이 처음으로 주목한 충돌 증거 중 하나는 백악기와 팔레오세(Paleogene)의 경계(K/Pg 경계)를 이루는 암석층에서 이리듐(iridium) 금속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것. 이리듐이 풍부한 암석층은 같은 암석의 유사한 금속으로 운석의 기원에 대한 지질학적 흔적을 제공했다.

 

실마리를 풀어줄 핵심 금속은 루테늄(ruthenium). 이리듐과 마찬가지로 루테늄은 지구의 지각에서는 드물지만 소행성과 운석에서는 흔히 발견된다. 멸종 경계 암석에는 루테늄 수치가 높다. 루테늄이 중요한 이유는 동위원소(isotopes, 양성자의 수는 같지만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의 수준이 태양계의 다른 부분에서 온 운석들 사이에서 다르기 때문. 루테늄 흔적은 칙술루브 운석과 연구에 포함된 다른 여러 충돌 분화구의 운석들과 달랐다. 3600만-4700만 년 사이의 다른 샘플은 태양계 내부에서 형성된 S형 소행성과 가장 일치했다.

 

국제연구팀을 이끈 마리오 피셔-괴데 교수(쾰른대학 지질학자)는 "아마도 소행성대에서 두 개의 소행성체가 충돌한 후 이 조각이 일종의 지구 횡단 궤도에 진입했을 수도 있다"며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서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지구에 충돌하는 모든 운석의 약 80%는 S형 소행성, 즉 태양계 내부에서 온 것이지만 공룡을 죽인 운석은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왔다"고 정리했다.

 

이번 연구는 칙술루브 운석의 기원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백악기 말에 일어난 재앙이 실제로 운석 충돌 탓임을 강조한다. 운석이 도착하기 전과 후, 그리고 최근까지 고대 인도에서 거대 화산 데칸 트랩(Deccan Traps)이 또 다른 멸종 원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경계층의 이리듐·루테늄과 유사 원소 패턴은 선사 시대의 화산 폭발로 형성된 현무암 암석과 어긋나고 대규모 우주 암석 충돌과 가장 일치한다.

 

소행성이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상 생명체에 대재앙을 일으킨 과정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피셔 괴데는 "태양계 초기에 중력이 대부분의 소행성 크기의 우주 암석을 함께 끌어당겨 행성이나 위성을 형성했다"며 "6600만 년 전까지 안정된 궤도에 저장되어 있었던 칙술루브 운석은 충돌 전 어느 시점에 목성의 우주 이동으로 궤도에서 벗어나 지구를 향한 백만 분의 일의 확률에 당첨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연구는 공룡 멸종 사건의 원인을 더욱 명확히 밝혀주며, 태양계 외곽에서 온 소행성이 지구 생명체에 미친 영향을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당시 충돌체가 소행성인지 혜성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지구 방어를 위해서라도 소행성의 기원과 궤도 변화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더 많은 비밀을 풀어내는 게 과학자들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