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굴욕!
스타라이너, 내달 무인 귀환

두 우주비행사는 내년 2월 스페이스X 우주선으로 지구行

빌 넬슨 국장(왼쪽) 등 NASA 지도부가 8월 24일 존슨우주센터 기자회견에서 스타라이너의 무인귀환 계획을 발표했다. / NASA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보잉의 유인우주비행이 파탄으로 결말이 났다. 국제우주정거장 ISS에 간 보잉의 스타라이너 우주선은 결국 승객을 포기하고 지구로 귀환하게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우주비행사를 ISS로 보내고 데려오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판명났다.

 

보잉의 스타라이너는 기체 결함으로 무인귀환이 결정되었고, 첫 유인시험비행(CFT) 임무는 절반의 성공으로 막을 내리게 된데다 두 우주비행사의 귀환을 경쟁사인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넘겨주게 돼 자존심까지 구겼다. 큰 타격을 입은 보잉은 NASA와의 협력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고 우주 사업도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빌 넬슨 "우주 비행은 가장 안전한 상태에서도 위험하다"

NASA와 스페이스닷컴, BBC 등에 따르면, NASA는 현지시간 8월 24일 보잉의 스타라이너를 우주비행사 버치 윌모어(61)와 수니 윌리엄스(58)를 태우지 않은 채 지구로 귀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달 넘게 우주에 갇혀 있는 두 우주비행사는 내년 2월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을 타고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선언했다.

 

"우주 비행은 가장 안전하고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위험하다. 시험 비행은 본질적으로 안전하지도, 일상적이지도 않다. 버치와 수니를 ISS에 두고 스타라이너를 승무원 없이 귀환시키기로 한 결정은 안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의 결과다. 안전은 우리의 핵심 가치다."

 

▶NASA "스페이스X 크루9 드래곤에 두 우주인 용품 싣고 9월 발사"

보잉은 문제의 우주선을 개선하기 위해 NASA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지만, 기자회견장에 보잉 관계자는 불참했다. 보잉은 성명에서 "승무원과 우주선의 안전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며 "NASA가 결정한 대로 임무 수행 중이며, 안전하고 성공적인 무인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NASA는 윌모어와 윌리엄스 모두 이같은 귀환 계획에 동의했으며 앞으로 약 6개월 간 ISS에서 과학 연구, 우주 유지 보수, 가능하다면 우주유영까지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6월 5일 8일간의 임무로 출발했지만 약 8개월 동안 궤도에 머물게 됐다. 의도치 않은 결과다. 두 우주비행사는 이미 우주에서 두 차례 장기 체류를 완료한 바 있다.

 

NASA와 스페이스X는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9월 24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의 새 시설을 사용해 크루9을 발사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크루9 드래곤에 윌모어와 윌리엄스를 위한 추가 화물, 개인 물품, 드래곤 전용 우주복을 적재하기 위해 탑재목록을 조정하고 있다. 원래 4명이 탑승할 계획이던 크루9 임무에는 윌모어와 윌리엄스 자리를 비운채 다른 두 명의 우주비행사만 탑승하게 된다.

 

▶보잉, 거액 계약 땄지만, 잇단 문제로 이미 2조 추가 지출

보잉의 스타라이너는 발사 전, ISS로 가는 도중, ISS 체류 중에 여러 문제를 겪었다. 추진 시스템의 헬륨 누출 사고가 있었고 다수의 추진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보잉과 스페이스X는 모두 NASA로부터 우주비행사의 상업용 우주 비행을 제공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낸 바 있다. 보잉은 42억 달러(약 5조6676억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26억 달러(3조5117억원)를 받았다. 첫 유인 임무가 실패한 보잉과 달리 스페이스X는 지금까지 NASA를 위해 9번의 유인 우주 비행과 일부 상업 임무를 수행했다.

 

보잉과 NASA의 엔지니어들은 수개월 동안 스타라이너 우주선의 기술적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들은 우주와 지구에서 테스트를 수행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엔지니어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스타라이너로 우주비행사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고자 골머리를 싸맸다. 당장 빈 우주선의 무사귀환에 주력해야 할 판이다.

 

보잉은 스타라이너 우주선 개발의 차질로 이미 수년간 지연된 바 있다. 이전의 무인비행에서도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 계속되는 문제는 보잉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쟁력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보잉은 스타라이너 개발에 약 16억 달러(약 2조1420억원)의 추가비용까지 지출했다. NASA와의 계약 이행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보잉으로선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우주사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우주선의 완벽한 개발 등 피나는 노력이 급선무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