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50% 더 선명하게!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팀, 일냈다

유럽남방천문대 "VLBI 기술로 0.87mm 파장에서 첫 관측"

지구 표면에서 이루어진 가장 높은 해상도의 탐지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 ESO

다양한 파장에서 블랙홀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 ESO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the Event Horizon Telescope, EHT)'은 전 세계에 있는 여러 전파 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을 관측하는 프로젝트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블랙홀의 경계로, 이 경계를 넘어가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하다. 이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EHT가 큰 일을 해냈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구 표면에서 가장 높은 해상도의 관측을 수행한 EHT 과학자들이 345 GHz, 즉 0.87mm 파장에서 먼 은하로부터 빛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EHT 협력단은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배열(ALMA) 및 기타 시설을 사용하여 시험 관측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블랙홀 이미지를 더 상세하게 만들 수 있으며,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 경계를 더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발견은 파일럿 실험의 일환으로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됐다.

 

EHT는 2019년 M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M87과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 Sgr A의 이미지를 공개한 바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초장기선 간섭계(VLBI)' 기술을 사용하여 전 세계의 여러 전파 관측소를 연결하여 얻었다. VLBI 기술은 지구상에서 수천km 이상 떨어진 두 지점에 설치된 전파 망원경을 이용하여, 천체에서 오는 전파 신호를 수신하고 이를 분석하여 천체의 위치, 크기, 온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VLBI는 주로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관측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 또한 망원경을 직접 이동하지 않고도 먼 거리에 있는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이번 기술 테스트는 블랙홀 연구를 위한 새로운 창을 열었다는 평가다. 더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0.87mm 파장에서 먼 은하의 시험 관측을 수행한 것. 짧은 파장은 대기 중 수증기에 의해 더 많이 흡수되므로 관측이 어려운게 사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큰 도전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이전에 공개된 M87 및 SgrA 1.3mm 이미지보다 약 50% 더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더 먼, 더 작고 희미한 블랙홀을 관측할 가능성도 열렸다.

 

이번 연구가 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었고, 더 나아가서는 은하 중심의 블랙홀들이 물질을 흡수하고 제트를 발사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VLBI 기술이 0.87mm 파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된 첫번째 사례로서, 미래에 더 먼, 더 작고 희미한 블랙홀의 발견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