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둘러싼 '양극성 전기장'
NASA 과학자들, 첫 측정 성공

2022년 인듀어런스 로켓, 고도 518km서 0.55볼트 전기장 변화 감지

위의 이미지에서 반짝이는 푸른 빛은 지구에서 새롭게 발견된 양극성 전기장을 나타낸다. / NASA·Conceptual Image Lab

 

천체에서 작용하는 힘의 공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기장, 자기장, 중력장, 전자기장 등이 그것이다. ‘전기장(electric field)’은 풍선과 머리카락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풍선을 머리카락에 문지르면, 풍선과 머리카락 사이에 정전기가 발생한다. 이때 풍선은 전하를 띠게 되고, 머리카락도 반대 전하를 띠게 된다. 풍선을 머리카락에서 떼어내면, 머리카락이 풍선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풍선이 머리카락에 전기장을 형성하여 머리카락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 라이브사이언스닷컴 등에 따르면, NASA 과학자들이 지구를 둘러싼 전 세계적인 전기장을 처음으로 측정했다. NASA의 ‘인듀어런스(Endurance)’ 로켓이 2022년 5월 11일 노르웨이 스발바르에서 발사돼 768km 고도까지 도달한 후 19분 후 그린란드 해에 착수했다. 인듀어런스는 518km 범위에서 0.55볼트의 미세한 전기장 변화를 감지했다. 이는 시계 배터리 정도의 강도이지만, 수소 이온을 중력보다 10.6배 강한 힘으로 밀어내는 등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관측과 그 의미를 연구한 결과는 8월 28일 ‘네이처(Nature)’ 저널에 실렸다.

 

'양극성(ambipolar) 전기장'으로 알려진 이 전기장은 60여 년 전에 처음 가설로 등장했다. 양극성 전기장은 지구의 북극과 남극 위에서 대기가 탈출하는 현상을 설명해 주며, 지구의 자기장과 중력장처럼 지구의 대기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전기장의 존재에 대한 힌트는 1968년에 지구의 북극과 남극을 비행하는 우주선에 의해 처음 감지됐다. 지구 대기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입자들의 흐름인 '극풍(polar wind)'의 형태가 실마리가 된 것. 이 바람은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가열된 대기가 우주로 탈출하는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가열되지 않은 입자들이 초음속으로 이동했다. 신비로운 현상이었다. 전기장이 대기의 높이를 확장, 일부 이온을 우주로 탈출시킬 수 있을 만큼 높이 들어 올린다는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양극성 전기장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원자와 분자가 전자를 잃으면 양전하를 띠게 되어 이온이 된다. 이온은 중력과 함께 가라앉으면서 전자를 아래로 끌어당긴다. 동시에 전자는 우주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이온을 더 높은 곳으로 들어 올린다. 마치 작은 개가 게으른 주인의 목줄을 당기는 것과 같다.

 

극풍에서 가장 풍부한 입자 유형인 수소 이온은 이 전기장에서 중력보다 10.6배 더 강한 바깥쪽 힘을 경험한다. 중력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힘이다. 더 무거운 입자도 추진력을 얻는데, 같은 고도에서 0.5볼트의 전기장에 잠긴 산소 이온은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연구팀에 따르면 양극성 전기장이 이온권의 '스케일 높이’를 271% 증가시켜 이온권이 전기장이 없을 때보다 더 높은 고도까지 더 조밀하게 유지된다는 것도 발견했다.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인듀어런스 미션 수석 연구원인 글린 콜린슨은 "대기를 가진 모든 행성은 양극성 전기장을 가져야 한다"며 "이제 그것을 측정했으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구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배울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는 60여 년 전 제안된 가설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중요한 성과다. 이를 통해 지구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들의 대기 진화에 대한 이해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