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대충돌... 자전축 이동...
40억년전 '가니메데' 드라마

지구 공룡멸종 때의 20배 큰 충돌... 목성 최대위성 지형 다 바뀌어

고랑으로 덮여 있는 가니메데(오른쪽). 가장 큰 고랑 시스템에서는 능선이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형성한다(왼쪽, 빨간 십자가). / Naoyuki Hirata

 

가니메데의 축을 재조정한 충돌 시나리오를 재현한 그래픽. / Naoyuki Hirata

 

지구에서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대충돌의 그 소행성보다 20배 정도 큰 소행성이 태양계의 한 거대한 위성(달)에 부딪혔다. 어마어마한 충돌이 생겼고, 커다란 충돌구가 생기면서 위성의 표면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충돌의 후유증으로 자전축이 극적으로 바뀌는 사건이 40억년 전쯤에 발생했다.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Ganymede) 이야기다. 

 

태양계의 5번째 행성인 '가스 거인' 목성은 위성(달)을 무려 95개나 거느리고 있다. 목성의 위성뿐만 아니라 태양계에서도 가장 큰 위성이 바로 가니메데. 수성보다 더 크다고 보면 된다. 1610년 발견자의 이름을 따 갈릴레오 위성으로도 불린다. 고대 우주에서 거대한 소행성이 가니메데와 부딪쳐 위성의 표면은 물론 축까지 뒤흔들어 놓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9월 3일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태양계 형성 초기였던 약 40억 년 전 거대 소행성이 목성의 최대 위성 가니메데와 충돌해 위성의 자전 축, 즉 달의 방향을 극적이고 영구적으로 재조정했다. 게다가 지질학적으로도, 내부 진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고베대학의 행성과학자 나오유키 히라타가 이같은 사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쳐 규명해 냈다. 

 

미국의 우주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히라타의 연구에서 문제의 소행성은 지름이 약 300km로, 지구에서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약 15km)보다 20배 더 컸다. 태양계에서 명확한 흔적을 남긴 가장 큰 충돌 중 하나였다. 초기 형성을 마치고 궤도가 고정된 가니메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축을 회전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충돌이었다. 히라타는 소행성 충돌 후 약 1000년에 걸쳐 후속 과정이 전개됐을 것으로 본다. 운석은 가니메데에 60도에서 90도의 각도로 충돌해 너비 1400~1600km의 분화구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니메데와 소행성의 충돌 위치는 목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자오선(북극-남극을 잇는 가상의 선, 경도와 시간대의 기준)에 거의 일치했다.

 

"히라타의 연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계를 되돌리고 가니메데 표면의 흉터 분포에 대한 설명을 찾는 깔끔한 시도였다"는 외부 설명이 나왔을 만큼 정교한 연구라는 평가다. 

 

가니메데의 방향 전환(축의 이동)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히라타는 소행성 충돌로 생성된 분지의 파편화된 잔해로 여겨지는 홈의 동심원 또는 연속된 고랑으로 가득 차 있는 표면에서 열쇠를 찾았다. 소행성과 세게 부딪친 탓에 달 크기의 25%에 달하는 분화구가 생겨 가니메데의 원래 표면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니메데의 적도 바로 아래에 남은 흉터가 바로 커다란 고랑(furrows) 시스템이다.

 

가니메데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주노(Juno) 우주선이 탐사할 최종 목적지다. 가니메데의 지질학적 특성과 내부 구조를 알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2011년 발사된 주노는 2034년에 가니메데 궤도에 진입하여 6개월 동안 관측을 수행하고 풍부한 데이터를 전송할 예정이다. 주노가 수집할 정보는 표면 구성성분과 이미지, 자기장, 전리층 자료 등이다. 주노는 지난달 달과 지구를 지나는 어려운 중력 슬링샷을 수행했으며, 2031년 목성 시스템에 도착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