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민간인 우주유영 도전
'폴라리스 던' 드디어 발사!

아이작맨 등 4명 탑승 스페이스X 팰컨9 10일 발사... 5일간의 비행 시작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린 크루드래곤 캡슐에 4명의 우주인이 탑승한 '폴라리스 던' 미션 우주선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점화 5초 뒤의 중계 화면을 캡처했다. / SpaceX, space.com

 

사상 최초의 민간인 우주유영이 포함된 우주미션 '폴라리스 던(the Polaris Dawn)'이 드디어 발사됐다. 몇차례 연기가 있었지만, 마침내 9월 10일 이른 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의 새벽하늘을 가르고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4명의 우주인이 우주로 치솟아 올랐다. 

 

스페이스X의 '폴라리스 던' 미션을 담당하는 팰컨9 로켓은 미국 동부시간 10일 오전 오전 5시 23분 발사됐다. 한국시간 10일 오후 6시 23분.  오전 3시 23분 발사를 목표로 발사창을 열었으나 지연되면 2시간 뒤에 발사됐다. 이번 발사창은 4시간 동안 유효했다.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케네디우주센터의 많은 과학자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 스페이스X, 스페이스닷컴은 역사적인 민간인 우주비행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함께 축하했다. 미국의 거부 재러드 아이작맨(Jared Isaacman)이 비용을 대고, 본인과 다른 3명의 우주인이 함께 탑승한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비행 '폴라리스 던'은 팰컨9 로켓에 실린 '크루드래건' 캡슐을 통해 이뤄지는 닷새간의 우주여행이다. 

 

폴라리스 던은 고도 700km의 지구 궤도를 돌면서 각종 우주실험을 하게 된다. 이 높이는 국제우주정거장 ISS의 400km 고도보다 300km나 더 높은 것이다.  

 

'폴라리스 던' 미션에 참가한 4명의 우주인이 크루드래곤에 탐승하고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 SpaceX, space.com

 

▶역사적 우주비행에 나선 4명의 우주인은?

이 기막힌 모험이 성사된 것은 거부 아이작맨 덕분. 아이작맨은 2021년 스페이스X의 첫번째 민간인 우주비행 ‘인스퍼레이션4’ 임무를 이끌기도 했다. 당시 그가 스페이스X에 지불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보유한 재산은 23억 달러(약 3조원)로 알려졌다. 이듬해 그는 인류의 우주비행 한계 확장을 주요 목표로 하는 폴라리스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스페이스X와 함께하는 3차례의 우주비행을 예고했다. 이번 ‘폴라리스 던’이 그 첫번째이고, 나머지 2개 임무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2명의 스페이스X 여성 엔지니어들도 참여한다. 미션 스페셜리스트 새라 길리스는 스페이스X의 수석 우주작업 엔지니어로 우주비행사 훈련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녀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고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미션 스페셜리스트이자 의료 담당관 애나 메논 역시 스페이스X의 수석 엔지니어로 임무 운영 전반과 소통을 담당한다. 메논은 NASA 우주비행사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이번 임무를 준비한 경험을 녹여 자녀들을 위한 동화책 ‘우주로부터의 키스’를 집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우주 비행 기간 중 이 책을 낭독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임무에 조종사로 참여하는 스콧 키드 포티트는 미 공군에서 20년간 복무하고 중령으로 퇴역한 인물이다. 그 역시 앞서 아이작맨과 함께 인스퍼레이션4 임무에 감독관으로 참여한 바 있으나, 당시 비행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이 우주비행사들은 지난 2년여간 수백 시간의 드래건 탑승 시뮬레이션과 스카이다이빙, 생존 훈련, 항공기 조종, 고(高)고도 체험 등 다양한 훈련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우주선 전체를 감압실로 사용하는 우주유영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비행 ‘폴라리스 던’ 임무를 수행할 우주선 ‘크루드래건’은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항공우주 업계는 이번 미션 중에서 특히 우주유영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정거장 없이 우주선을 거점으로 유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인류가 우주에서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더 자주 활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 탐사의 기회가 더욱 폭넓게 열릴 수 있다. 또한 더 어려워진 우주비행사의 안전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안전기술의 고도화도 이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기업은 에어로크(감압실)를 갖춘 우주정거장이 없고 NASA보다 재정능력은 물론 임무상황 모니터링 등을 위한 인력도 적어 우주유영을 시도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런 조건을 극복하고 민간 우주유영을 성공한다면, 뉴스페이스 시대에 걸맞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우주유영에는 미국과 러시아 주도의 국제우주정거장  ISS나 중국 ‘톈궁’ 같은 우주정거장이 필요했다. 인간이 저기압의 우주환경에 갑자기 노출되면 온몸 혈관에 공기 방울이 생겨 통증과 인체 손상을 유발하는 감압병에 걸릴 수 있다. 우주비행사는 우주정거장 내 격리된 공간인 에어로크에서 기압을 서서히 낮춰 저기압에 적응해야 했다.

 

▶700km 상공의 우주유영, 1400km 우주비행
이번 우주유영은 비행 3일째 700㎞ 상공에서 민간인 2명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페이스X는 우주선 자체를 에어로크화(化)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우주선 실내 전체의 공기를 질소 위주로 서서히 빼내 8.65psi(0.59기압) 환경을 만들고 탑승객들은 여기에서 45시간 동안 적응하는 사전 호흡 과정을 거친다. 우주유영에 나서는 인원은 2명이지만 탑승객 4명 모두 저기압·초저온·무중력의 우주환경에 노출된다. 탑승객 모두 실내용(IVA) 대신 스페이스X가 새로 만든 실외용(EVA) 우주복을 착용해야 한다. 스페이스X로서는 우주진출 확대를 위한 신형 우주복의 성능을 검증할 기회기도 하다.

폴라리스 던은 우주유영뿐 아니라 1400㎞ 비행 임무도 포함했다. 미국의 달 탐사-착륙 비행 미션을 제외하면 이번 비행을 통해 1966년 제미니 11호가 세웠던 1367㎞의 최장 유인 우주비행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고도는 방사선층인 밴앨런대에 속하는데 스페이스X가 방사선에 의한 탑승객 건강과 통신 장치 성능 영향을 얼마나 잘 제어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