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유영, 우주연주, 지구촌 감동
'폴라리스 던'의 위대한 여정

9월 10일 발사 스페이스X 우주선, 15일 멕시코만 무사히 안착
재러드 아이작맨의 도전, 스페이스X의 기술력 등 '성공'에 찬사

 

역사적인 민간인 첫 우주유영을 포함한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재러드 아이작맨(Jared Isaacman)이 이끄는 4명의 우주인들은 '가장 위험했던 민간인 우주미션'으로 평가받는 대모험을 마친 것이다. 

'폴라리스 던' 팀원 4명을 태운 스페이스X의 우주캡슐 '드래건'은 미국 현지시간 15일 오전 3시 37분 미국 플로리다주 드라이 토르투가스 인근 멕시코만 해역에 안착해 닷새간의 우주여행을 모두 마무리했다.

 

민간인 첫 우주유영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만든 폴라리스 던 프로그램의 4명을 태운 캡슐이 15일 안착하고 있다. / space.com

 

▶민간인 첫 우주유영, 스페이스X의 기술력= 4명의 우주인들은 9월 10일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드래건을 타고 우주로 날아올라 아폴로 프로젝트의 달탐사 이래 반세기만에 가장 높은 지점까지 도달했으며, 우주복만 입고 몸을 우주에 드러내는 우주유영을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시도했다. 

미 항공우주국 NASA 같은 정부 기관의 도움 없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해온 기술력을 집약하고 억만장자 아이작맨의 민간 자금으로 수년간의 체계적인 준비 끝에 이뤄낸 쾌거로, 민간 우주여행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주선 외부에서 이뤄지는 활동(Extra-Vehicular Activity, EVA)의 하나인 우주유영(spacewalk)은 그동안 정부 기관 소속 전문 우주비행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1965년 당시 소련의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처음으로 우주유영에 성공했고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NASA 등에 소속된 260여명이 우주유영을 했다.

하지만 이번 폴라리스 던 비행에 참여한 4명은 모두 정부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민간인들로, 2년여 간의 훈련을 받은 뒤 우주유영을 시도했다. 이번 우주비행의 3일 차에 폴라리스 팀원 4명은 우주캡슐 드래건의 해치를 열고 우주복만 입은 채 우주의 완벽한 진공 상태 속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진공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우주캡슐 내 압력을 서서히 낮췄고, 우주 공간에 노출된 뒤에는 우주복에 붙어 있는 줄을 통해 공급되는 산소에만 의지해 숨을 쉬었다.

폴라리스 던 팀원들은 우주선 내의 감압과 '사전 호흡(prebreathe)'을 순조롭게 진행해 이런 위험을 피했고, 4명 중 2명은 열린 해치 입구 밖으로 몸을 내밀어 우주유영을 시도했다. 사령관을 맡은 재러드 아이작맨과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인 새라 길리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ISS에서 NASA 우주비행사들이 줄에 매달린 채 우주에서 몇 시간 동안 실제로 떠다니는 것과 달리, 이번 우주유영은 우주캡슐 안쪽에 발을 두고 한 손으로는 캡슐에 설치된 지지대를 잡은 채 팔과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방식으로 한 사람당 약 10분씩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우주유영이 끝나자 해치가 닫히고 기내 압력을 재조정하는 작업이 이뤄졌고, 스페이스X는 임무 성공을 선언했다. 이번 우주유영 실험에는 약 1시간 46분이 걸렸다.


새라 길리스가 크루 드래곤 안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 spaceX, X

 

▶우주에서의 바이올린 연주, 지구에서의 오케스트라 협연= 9월 12일 민간인 최초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폴라리스 던' 팀원이 우주 비행 중 바이올린 연주로 영화 '스타워즈' 배경음악을 녹음해 지구로 보냈다.

 

이번 우주비행을 기획한 '폴라리스 프로그램' 측은 13일 오전 소셜미디어 X 계정에 '회복력의 하모니(HARMONY OF RESILIENCE)'란 이름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현재 우주에 머물며 민간인 첫 우주유영에 동참했던 폴라리스 던 팀원 새라 길리스가 우주선 내에서 살짝 떠 있는 상태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길리스는 연주에 앞서 "5일간 아름다운 행성 지구를 여행하는 동안, 이 특별한 음악의 순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전 세계 재능을 모은 이 공연은 단합과 희망을 상징하며 세계 모든 어린이의 회복력과 잠재력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별들에서 온, 존 윌리엄스의 곡 '레이의 테마'를 소개한다"고 말을 맺은 뒤 눈을 지그시 감고 스타워즈의 배경음악 중 하나인 약 4분 분량의 이 곡을 연주해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냈다. 

 

이 동영상에는 길리스가 바이올린 솔로를 연주하고, 어린이와 다음 세대에 영감을 준다는 뜻에서 세인트 주드 어린이 병원과 협력해 불우청소년 교향악단인 '엘 시스테마 USA'가 협연을 맡아 아름다운 화음을 완성해냈다. 

 

폴라리스 던은 우주유영 뿐 아니라, 여성 최고도 비행을 비롯한 여러 기록적인 미션들을 수행해 냈다. / spaceX

 

▶어려운 미션... 지구에서 가장 멀리 비행한 여성들= 폴라리스 던 팀원들이 탄 크루 드래건은 이번 비행 중 최고 1400㎞(870마일) 고도까지 뻗어나갔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 ISS의 비행 궤도보다 3배 이상 높은 고도로, 1972년 NASA의 '아폴로' 달 탐사 임무 이후 52년 만에 인류가 비행한 가장 높은 지점이다. 

4명의 팀원 중 여성인 새라 길리스와 애나 메논은 지구에서 가장 먼 곳까지 비행한 여성으로 기록됐다. 

 

이들이 비행한 높은 지구 궤도에는 '미세 운석 및 궤도 파편(Micrometeoroid and Orbital Debris; MMOD)'이 저궤도보다 많이 날아다녀 우주선 비행이나 우주유영을 한층 더 위험하게 한다. 이번 임무의 사령관인 재러드 아이작맨은 철저한 분석과 MMOD의 궤적 감시, 기체 조종 등을 통해 이런 위험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비행한 궤도는 '밴앨런 복사대'로 불리는 방사능대(radiation belt)의 안쪽 대역을 통과해 방사선 노출 위험도 감수했다. 약 1000㎞(600마일) 고도에서 시작되는 밴앨런 복사대는 태양에서 방출된 강력한 에너지 입자가 집중돼 지구의 대기와 상호 작용하면서 위험한 방사선 대역을 형성하는 구간이다. 

이번 비행은 ISS에 도킹하지 않고 우주선에 탑재된 자원만으로 비행이 이뤄지면서 우주선에 실린 산소가 소진되기 전인 5∼6일 안에 임무를 끝내고 귀환해야 하는 과제도 있었다. 이를 위해 사전에 기상 예보를 철저히 분석해 우주선 발사 시간대를 잡았고, 결국 문제 없이 예정된 기한 내에 돌아올 수 있었다.

 

4명이 우주인들이 우주미션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13일, 환호하는 모습을 보내왔다. / spaceX, space.com

 

▶우주영웅들의 무사 귀환= 15일 바다에 안착한 뒤 지상으로 이동해 우주캡슐에서 나온 폴라리스 팀원 4명은 활짝 웃으며 팔을 들어 올려 흔들며 임무 성공을 자축했다.

폴라리스던 측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집에 돌아왔다. 폴라리스 던은 지구 궤도의 새로운(최고) 고도에 도달하고 스타링크(위성통신)를 테스트했으며 약 40가지의 과학 실험을 시행했다"며 "민간 우주비행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자평했다.

이번 우주비행에 투입된 비용은 비행을 직접 이끈 억만장자 아이작먼이 댔지만, 스페이스X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시도였다. 스페이스X는 팰컨9 로켓과 유인 우주캡슐 드래건을 비롯해 우주선 발사와 비행, 귀환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제공했다. 또 여러 위험한 시도를 하는 비행에 전문 지식을 보유한 스페이스X 소속 여성 엔지니어 2명을 참여시켜 모험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우주유영에 필수적인 첨단 우주복도 스페이스X가 약 2년 반 동안 개발한 것이었다. 

 

아이작맨은 '폴라리스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스페이스X와 협력해 민간 우주비행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향후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달·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을 활용한 민간 비행도 추진하고 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12일 X를 통해 "역사상 최초의 민간 우주유영을 성공한 폴라리스 팀과 스페이스X를 축하한다"며 "오늘의 성공은 민간 우주산업의 큰 도약과, 활발한 미국 우주 경제를 구축하려는 NASA의 장기 목표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엑스 계정의 배경 사진을 폴라리스 던 팀의 우주유영 사진으로 바꿨고, 이날 이들의 귀환 소식을 전하며 "지구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