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블랙홀 제트'
강력-신비한 우주분출 포착!

유럽-미국 연구팀 "은하수의 140배 크기...길이는 총 2300만 광년"

어두운 배경에 희미한 거미줄 같은 물질이 펼쳐져 있다. 거미줄 사이사이 밝은 물체는 은하들. 그 은하 중 왼쪽의 하나에서 제트가 거미줄 밖으로 분출되고 있다. / Martijn Oei (Caltech), Dylan Nelson (IllustrisTNG Collaboration)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고 신비로운 현상 중 하나인 ‘블랙홀 제트(black hole jets)’.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와 방사선의 강력한 흐름인 제트는 블랙홀의 극지방에서 나와 우주 공간으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뻗어나간다. 마치 블랙홀이 우주를 향해 강력한 물대포를 쏘는 듯한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네덜란드의 라이덴 대학과 영국 옥스포드 대학, 미국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 등의 국제 연구팀이 역사상 가장 큰 블랙홀 제트를 발견했다. 이 제트들은 은하수의 140배 크기로, 거리는 총 2300만 광년에 달한다. 제트는 이만한 거리에서 쉽게 물질을 다른 은하로 보내고, 우주의 구조를 형성하는 암흑 물질의 우주 거미줄로 보낼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9월 18일자에 실렸고  기술전문 매체 아르스테크니카(arstechnica.com) 등이 보도했다. 

 

제트는 블랙홀 근처의 유입되는 물질이 강하게 가열되어 강착원반(블랙홀 주변을 도는 뜨거운 가스와 먼지의 원반)을 형성하고, 강착원반 내부에서 전자기장을 생성한다. 전자기장이 다시 입자 가속기 역할을 하여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제트를 만들어냈다. 이 제트들이 주변 물질과 충돌하여 충격파를 생성하고 그 물질도 가열하고 가속시켰다.

 

길이 2300만 광년에 달하는 블랙홀 제트 '포르피리온’. 제트의 대부분은 매우 희미하지만,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밝은 영역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 LOFAR Collaboration, Martijn Oei (Caltech)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각 극에서 제트를 형성하여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쌍을 이룬 유출을 생성했다. 새로운 제트 발견은 북반구의 하늘 일부를 커버하는 네덜란드의 ‘LOFAR(저주파 배열)’ 관측소에서 전파 파장으로 대형 제트를 찾기 위한 조직적인 검색의 결과로 나왔다.

 

연구자들은 이 거리를 기반으로 이번 블랙홀의 제트 '포르피리온(Porphyrion)'의 길이를 시각적으로 6.4 메가파섹(1 메가파섹은 약 326만 광년)이라고 추정했다. 포르피리온은 그리스 신화의 거인 이름에서 따온 명칭. 실제 물리적 거리는 7 메가파섹이 조금 넘지만 정확한 측정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블랙홀 제트의 물질이 빛의 속도의 약 0.012배로 이동한다고 추정했다. 이 제트가 현재 크기에 도달하는 데는 5억 년 이상이 걸렸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블랙홀이 오랜 기간 동안 활발하게 물질을 흡수해왔음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이 제트가 은하단 충돌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에너지인 약 1055 줄(Joules)을 은하 간 매질로 방출한다고 추정한다. 1줄은 물체를 1m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 블랙홀 제트의 에너지는 보통 erg 또는 줄의 1044배 이상으로 표현된다.

 

우주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블랙홀 제트는 우주 공간에 물질과 에너지를 분배하며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관측 사상 최대의 제트를 찾아냄으로써 과학자들은 우주 입자의 기원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확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