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득메운 위성의 전파소음
"천문 관측 방해" 우려가 현실로

과학자들 "스타링크 새 위성 소음 심각... 저주파 천체관측 위협"

스타링크 위성들이 남긴 밝은 궤적 때문에 천체 관측이 심각한 방해를 받고 있는 모습. / Victoria Girgis, Lowell Observatory

 

별이나 천체를 또렷하게 관찰하려면 우선 망원경 같은 관측 장비의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같은 조건이라면 환한 낮보다 캄캄한 밤이 좋다. 일단 우주에서 빛의 반사가 적어야 한다. 게다가 위성 같은 인공물의 소음도 없어야 관측에 유리하다. 천문 관측을 방해하는 공해는 빛과 전파소음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린 스타링크 거대위성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체 관측에 간섭이 커지고 있어서다. 새 스타링크 위성 V2는 이전 모델보다 32배 더 많은 전파(전자기 방사선)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스페이스닷컴 등이 보도했다. V2에는 미니 위성 및 휴대폰직접연결 위성이 포함된다. 늘어나는 전파소음이 관측에 간섭으로 작용해 ‘전파 천문학(radio astronomy)’에 심각한 방해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파 천문학은 극도로 민감한 안테나를 사용해 별, 블랙홀, 우주에 있는 다른 물체에서 방출되는 희미한 전파 신호를 감지한다. 네덜란드 '로파르(저주파수 배열, LOFAR)'의 연구자들은 스페이스X의 인터넷 전송 위성으로 구성된 거대 위성군이 자신들의 장비를 가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로파르는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전파 관측소 중 하나. 연구자들은 7월 관측에서 스타링크 위성이 배열 위의 하늘을 가로지르며 전파 천문학 연구의 가장 소중한 대상 중 일부보다 최대 1000만 배 더 환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네덜란드 전파천문학연구소(ASTRON) 소장 제시카 뎀프시는 "위성 전파 오염이 먼 외계 행성과 신생 블랙홀의 측정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위성 전파 오염은 또 '재이온화 시기(Epoch of Reionization)'에서 오는 희미한 방사선마저 가릴 수도 있다. 빅뱅 이후 약 10억 년이 지난 후에 시작된 이 시기는 이때 팽창하는 우주를 가득 채웠던 원자 수소를 수소 이온으로 전환시켰다. 수소 변환으로 방출된 에너지는 오늘날 저주파 전파로 감지할 수 있다. 이 신호는 너무 희미하여 가장 민감한 전파 망원경으로만 감지할 수 있으며, 원치 않는 전파소음에 쉽게 사라질 수 있다.

 

ASTRON 연구진은 스타링크의 차세대 위성 V2-mini가 왜 전파 소음을 많이 내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뎀프시는 "첫 세대 위성들의 경우, 방사선은 매우 산발적이었고 그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며 "일주일에 40개 꼴로 발사되는 위성은 5년 동안 우주에 머무른다. 따라서 위성들이 가능한 한 빨리 조용해지도록 함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파르 전파 관측소는 10~240 MHz 범위의 저주파 전파를 방출하는 기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전파가 조용한 구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 오는 소음(전파 간섭)은 현재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스타링크 위성의 수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간섭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스타링크 위성군은 현재 활성위성 6300개 이상에서 4만개 이상으로 확장을 앞두고 있다. 아마존의 '프로젝트 쿠이퍼(Project Kuiper)'와 중국의 천펀(Qianfan) 및 구왕(Guowang) 위성군을 포함한 다른 운영업체들도 향후 수천 개 위성의 추가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지상의 각종 공해처럼 하늘에서도 공해가 발생하고 있다. 우주에서의 빛과 전파소음이 전파 천문학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울까 우려가 크다. 스타링크 같은 군집위성들이 대세를 이루게 되면 앞으로 전파소음 문제는 천문학 연구에서 점점 더 심각해 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