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물, 극지방에만 있다?
No! 표면 곳곳에 물 흔적

'달 매퍼' 과학자들, 물 같은 스펙트럼 다수 포착

아폴로 12호가 달 궤도에서 촬영한 달의 경계선에 위치한 분화구 사진. / NASA

달 광물학 매퍼(M3)로 촬영한 달의 이미지. 북극 지역의 흑백 사진(위)과 남극 지역에서 관측된 물과 수산화물의 스펙트럼 지도(아래). / NASA, ISRO, M3 Team

 

달 표면 곳곳에 물의 흔적이 있다? 달 탐사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물은 달 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원. 우주비행사들이 극지방뿐만 아니라 적도 근처에서도 물을 확보한다면 장기간 달 탐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에서 자급자족을 바탕으로 달 기지 건설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달 표면의 물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과학자들이 달 표면 전체에서 물과 수산화물(OH) 분자가 존재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어스닷컴 등 미국의 과학매체들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연구는 주로 극지방의 영구 음영 분화구에 물이 존재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찬드라얀 1호에 탑재된 '달 광물학 매퍼(Moon Mineralogy Mapper, M3)'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달 표면의 곳곳에서도 물이 존재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행성과학연구소(Planetary Science Institute)’의 수석 과학자인 로저 클라크 팀의 이 획기적인 연구결과는 9월 16일자 ‘행성과학저널(Planetary Science Journal)’에 실렸다.

 

달 표면의 물은 주로 사장암과 같은 광물에 갇혀 있으며, 태양풍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산화물이 생성된다. 태양에서 온 하전 입자들이 달 표면 광물의 산소 원자와 결합해 물의 구성 요소인 수산화물을 형성한다. 수산화물은 액체 물처럼 바로 쓸 수는 없지만, 달 표면에 더 많이 퍼져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미국 브라운 대학이 개발한 M3는 달 표면에서 반사된 햇빛의 적외선을 분석하여 물과 수산화물이 있는 지역을 지도화했다. 즉 달이 반사하는 적외선을 기록, 물과 수산화물과 일치하는 스펙트럼의 색상을 찾아낸 것.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달에서 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극지방 이외의 햇빛이 비치는 지역에서도 수산화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달의 물은 지구의 물과 달리 불안정한(metastable) 상태로 존재하며, 수백만 년에 걸쳐 천천히 분해된다. 그러나 수산화물은 남아 있어 물과 산소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태양풍이 달 표면의 광물과 반응하여 수산화물을 생성하는 우주 풍화 작용(space weathering)도 물의 분포에 영향을 준다.

 

M3 데이터에 따르면, 운석 충돌로 인한 충격과 화산 활동을 통해 달 표면에 물이 공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규산염 광물의 일종인 피록센(pyroxene) 내부에 포함된 물 분자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신호를 보여, 달 표면의 물이 단순히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외부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달 표면에 있는 밝고 어두운 무늬인 달 소용돌이(lunar swirls)도 달의 물 흔적을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강한 국지적 자기장, 운석 충돌, 그리고 태양풍과의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형성되는 달 소용돌이는 물 분자의 이동과 분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 소용돌이가 있는 지역에서 물이 더 많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물은 음용뿐 아니라 산소와 연료 생산에도 필수적이어서, 달에서 직접 물을 추출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수산화물이 풍부한 암석을 가열하거나 극지방에서 얼음 퇴적물을 채굴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래의 우주비행사들은 수산화물이 풍부한 돌에서 물을 짜낼 수도 있다. 달에서 물과 수산화물의 발견은 지속 가능한 탐사의 기틀을 마련하며, NASA와 다른 우주 기관들이 추진하는 현지 자원 활용 전략의 핵심 요소로서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