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 X선으로 지구 방어?
미니 소행성 실험 성공!

미국 연구팀 "돌진하는 소행성, 강력 X선으로 궤도 변경 가능"

'이중소행성방향전환테스트(DART)' 임무의 개념도. / NASA, 존스홉킨스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Z 기계가 작동 중인 모습. / Randy Montoya, Sandia

 

지구에 가까이 스쳐 지나가거나 곧바로 날아와 충돌하는 소행성(asteroid)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재앙이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보듯이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을 파괴하는 아이디어는 그럴듯하다. 실제로 핵폭탄을 터트려 강력한 X선으로 소행성의 표면을 기화시켜 추진력을 얻고, 소행성의 궤도를 돌려놓을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현재로서는 큰 위협이 없지만, 미래에 인류가 직면할 수 있는 큰 소행성을 막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6500만년전 소행성 충돌로 10만년에 걸친 지구의 피폐화로 대멸종이 일어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지구로 돌진하는 거대 소행성을 편향(偏向, 궤도 변경)시키기 위해 실험을 통해 핵폭탄의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 결과는 '소행성 편향 시뮬레이션: 메가줄급(megajoule-class) X선 펄스 사용'이란 제목으로 9월 25일자 '네이처 물리학(Nature Physics)' 저널에 실렸다.

 

네이처와 피스오알지(phys.org)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샌디아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의 Z 기계에서 생성된 X선 펄스를 사용, 소행성 편향을 시뮬레이션했다. X선 가위를 사용해 대리 소행성 물질을 기화시키고, 폭발로 물질을 가속시켰다. 실리카(SiO₂) 목표물의 편향 속도는 초속 약 70m에 도달했으며, 이 메커니즘으로 직경 최대 4km의 소행성을 편향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용감한 드릴러 팀이 지구를 구한 것은 1000km 너비의 소행성. 그러나 연구팀은 12mm 너비의 아주 미세한 모형 소행성으로 실험했다. 연구자들은 뉴멕시코 앨버커키에 있는 SNL의 세계최대 X선 기계, 즉 Z 기계를 사용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네이선 무어는 "Z 기계는 80조 와트의 전기를 사용, 세계에서 가장 밝은 X선 섬광을 생성했다"고 말했다.

 

핵폭발로 생성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X선 형태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충격파나 화염구가 발생하지 않는다. 실험실 실험에서도 X선은 모형 소행성의 표면을 쉽게 기화시켰다. 무어는 "기화된 물질은 모형 소행성을 반대 방향으로 추진해 효과적으로 로켓 엔진으로 변했다"며 "이번 테스트는 X선이 소행성에 미치는 영향 예측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진 속도는 고속 열차만큼 빠른 시속 250km였다.

 

소행성을 폭파해 궤도를 변경하더라도 너무 가깝거나, 여러 조각이 날 경우, 부분적으로라도 지구에 떨어질 수 있다. 영화 <아마겟돈>의 소행성 조각 충돌 장면. / imdb.com

 

캘리포니아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메리 버키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소행성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버키는 "핵폭탄 사용 방법이 지구를 방어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임을 보여주었다"며 "그러나 이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임무 후에 소행성의 궤적을 지구에서 벗어나게 할 추가 속도를 늘리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구 방어의 최대 테스트는 2022년에 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냉장고 크기의 DART(이중소행성방향전환테스트) 우주선이 160m 너비의 소행성에 충돌, 궤도를 크게 바꿔놨다. 그러나 더 큰 소행성의 경우 우주선을 부딪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행성 편향에 대한 혁신적 방법이 뒤따라야 한다.

 

핵폭탄을 이용한 소행성 방어 시스템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우선 실제 핵무기를 사용한 실험은 위험하고 국제 조약에 위배된다. 게다가 실제 환경에서의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소행성의 크기, 구성 성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