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부족' 47세 보이저 2호
과학장비 중 하나 전원 껐다

지구에서 209억km 거리... 2030년대까지 상징적 임무만 수행

47년 넘게 심우주 탐사를 이어가고 있는 보이저 2호. / NASA

 

1977년 8월 20일 발사돼 현재 성간 공간(별들 사이의 빈 공간)을 비행하는 보이저 2호(Voyager 2)의 전력 저장소가 비어가고 있다. 보이저 2호는 지구에서 약 209억km 떨어져 있다. 그러나 노후된 탐사선은 2030년대까지 상징적인 임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 팀이 보이저 2호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과학 장비 중 하나의 전원을 차단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임무 엔지니어들은 9월 26일 태양풍 관찰에 쓰이는 탐사선의 플라즈마 과학(PLS) 실험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보냈다.

 

현지시간 10월 1일 심우주 네트워크(DSN)를 통해 전송된 명령은 보이저 2에 도달하는 데 19시간이 걸렸다고 NASA는 밝혔다. 응답 신호도 다시 19시간 후에 수신됐다. DSN은 심우주 탐사선과의 통신을 지원하는 거대한 라디오 안테나 배열로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 위치한 3개의 주요 시설로 구성된다.

 

보이저 2호는 플루토늄의 붕괴로 방출되는 열을 전기로 변환하여 탐사선을 구동한다. 여기에는 세 개의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가 사용된다.

 

NASA는 "인간이 만든 다른 우주선은 태양권 밖의 영역인 성간 공간에서 작동한 적이 없다"며 "임무 엔지니어들은 쌍둥이 보이저 탐사선이 수집한 과학 데이터가 독특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과학 장비를 가동하기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보이저 2호 뿐만 아니라 보이저 1호(2호보다 16일 후에 발사) 장비의 전원을 끄지 않으려는 노력했음을 밝힌 것이다.

 

플라즈마 실험은 태양계 전역에 걸쳐 태양에서 방출된 이온과 전자의 흐름, 즉 태양풍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플라즈마 탐지기를 통해 이뤄졌다. 태양풍은 태양의 뜨거운 외부 대기인 코로나에서 흘러나와 행성과 성간 매질(별들 사이의 물질로 주로 가스와 먼지)과 상호작용한다.

 

NASA는 플라즈마 실험의 측정값으로 보이저 2호가 2018년 태양권(Heliosphere)을 벗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라즈마가 흐르는 상대적 방향이 가늠자가 됐다. 태양권은 태양풍이 성간매질과 상호작용해 생긴 거대한 거품 같은 공간이다.

 

전력 공급난으로 일부 장비를 끊은 채 태양계 밖 성간 공간을 비행하는 쌍둥이 보이저 탐사선.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는 오늘도 47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심우주의 데이터를 계속 수집하며 성간 매질과 태양권의 상호작용 등 그 속살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