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남극 지역의 신비한 얼음 지형 ‘오스트랄레 스코풀리’. / ESA, DLR, FU Berlin
봄철의 밝은 얼음과 어두운 먼지, 승화된 가스가 얼음 아래 레골리스(regolith, 퍼석퍼석한 먼지와 흙의 층)를 쓸어내면서 생긴 거미(spiders) 모양 패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어두운 먼지가 표면에 떨어져 형성된 패치(patch, 불규칙한 얼룩)... 화성 남극 일대의 수수께끼 같은 지형들이 포착됐다. 물이 얼었다 녹았다 해야 생길 수 있는 지형처럼 보인다.
유럽우주국(ESA)의 우주선 '화성 익스프레스(Mars Express)'가 화성 남극 지역의 새로운 이미지를 전송했다고 어스닷컴 등이 보도했다. 새 이미지에는 화성 서리 아래 '암호 같은 지형'의 특징이 담겼다. 2003년 발사된 화성 익스프레스는 유럽의 첫번째 화성 탐사선이다.
화성 극지방의 지형은 주로 이산화탄소 얼음과 일부 물 얼음으로 구성된다. 늦겨울 극지방 온도는 영하 55도까지 떨어진다. 계절 변화에 따른 메커니즘은 화성의 '거미'를 연상시키는 지형을 만들어낸다. 거미 모양 패턴은 화성 남극의 계절적 변화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로 얼음의 승화 및 퇴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거미 지형은 어두운 겨울 동안 쌓인 이산화탄소 층에 봄 햇살이 내리쬘 때 생긴다. 햇빛은 층 아래에 있는 이산화탄소 얼음을 가스로 바꾸고, 이 가스가 쌓여서 얼음판을 뚫고 나온다. 그 후 가스가 폭발하며 어두운 물질을 표면으로 끌어올리고 최대 1m 두께의 얼음층을 부순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마치 거미들이 군집을 이루며 화성 표면을 걸어 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특히 화성 익스프레스에 탑재된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HRSC)에 잡힌 '아우스트랄레 스코풀리(Australe Scopuli)'는 다양한 층과 패턴을 가진 흥미로운 지형이다. 지름 504km에 달하는 이 지역은 어두운 색을 띠는 다양한 규모의 다각형 모양, 우세한 바람의 방향으로 배열된 밝고 어두운 부채꼴 모양의 퇴적물, 햇빛 때문에 갇힌 가스가 분출하면서 먼지를 운반해 형성된 팬(어두운 선 또는 얼룩)도 보인다. 이러한 패턴은 땅속에 물 얼음이 있음을 나타낸다.
화성은 지구처럼 역동적인 행성이며, 다양한 지질학적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표 아래 얼음은 극지방 풍경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미래 유인 임무를 위한 수자원으로도 중요하다.
화성 남극의 '암호 같은 지형'은 화성이 얼마나 신비롭고 흥미로운 행성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이 지형의 비밀이 밝혀지고, 화성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심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