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이 제작한 인텔샛의 EpicNG 위성 개념도. / Boeing
‘세계 최대의 통합 위성 및 지상 네트워크 운영자’로 불리는 인텔샛(Intelsat).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위성통신 기업 인텔샛이 위성 파손이라는 뜻밖의 ‘벼락’을 맞았다.
무게 6600kg의 인텔샛 33e(Intelsat 33e) 위성이 10월 19일 정지궤도에서 부서졌다고 미국의 우주전문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번 사고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일부 지역에서 통신 서비스가 중단됐다. 특히 위성을 설계·제조한 보잉으로선 추가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올해 국제정거장(ISS)으로 우주비행사를 왕복시키는 스타라이너(Starliner) 임무가 반쪽 성공으로 끝난 뒤 또다른 실패와 연결됐기 때문이다. ‘불쌍한 보잉’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텔샛은 19일 위성 제조업체 보잉과 협력하고 있지만 위성을 복구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21일 업데이트에선 위성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덧붙였다. 사고 위성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 발사된 인텔샛 33e의 예상 운영 기간은 15년. 그러나 연료 소모 문제와 주 추진기 고장 등 이유로 수명이 3년 반 단축된 가운데, 10년이 채 못돼 궤도에서 불운하게도 분해됐다. 파손에 이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당장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10월 18일 태양 플레어(폭풍)로 지구의 자기장이 순간적으로 급변하는 ‘지자기 크로셰(geomagnetic crochet)’ 탓으로 본다. 지자기 크로셰는 일반적으로 태양 플레어 직후 몇 분 내 나타나며, 전자기파에 민감한 위성이나 전력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8일 자기 크로셰에 이어 19일 지구에 미친 영향이 정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 우주군 우주사령부(S4S)는 19일 UTC 기준 4시 30분께 인텔샛 33e(이름 41748, 식별번호 2016-053B)가 정지궤도에서 분해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의 우주추적 플랫폼인 스페이스 트랙에 게시된 경보를 통해서다.
S4S는 "현재 약 20개의 관련 파편을 추적, 분석 중이다. 즉각적인 위협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우주 영역의 안전과 지속 가능성을 지원하기 위해 일상적인 충돌 평가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엑소 애널리틱 솔루션의 CEO 더글러스 헨드릭스도 10월 21일 분해와 관련된 파편 57개를 식별했다고 밝혔다.
인텔샛 33e는 인텔샛의 고속 위성 시리즈인 에픽 NG(차세대) 시리즈의 두 번째 위성. 첫번째 위성 인텔샛-29e는 2019년에 궤도에 오른 지 3년 만에 완전히 망가졌다. 유성체 충돌 또는 고조된 태양 활동으로 인한 정전기 방전과 배선 결함 탓으로 보인다.
인텔샛 33e는 이전에도 발사 직후부터 연료 소모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위성을 설계하고 제조한 보잉은 과거에도 항공기와 우주 장비 관련 문제를 겪어 왔다. 인텔샛과 보잉 모두 신뢰성 문제에 대한 비판과 우주 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번 사건으로 정지궤도에서 발생한 위성 파편이 다른 위성 및 우주 장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정지궤도는 전 세계 통신에 필수적인 위성들이 밀집되어 있는 구역이기 때문에 추가 충돌이 발생할 위험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