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드자와 동료들이 암석 샘플을 수집하기 위해 찾아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부 바버턴 그린스톤 벨트. / Nadja Drabon, Harvard Gazette
32억6000만 년 전 지구와 충돌한 운석(meteorite) S2는 에베레스트산 4개 크기였다.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난폭한 충돌은 역대급 쓰나미와 지구의 바다를 펄펄 끓게 만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같은 극한적 환경이 지구의 초기 생명체에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생명체에 필수적인 영양분, 즉 '비료 폭탄(fertilizer bomb)'을 쏟아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를 주도한 과학자는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 조교수 나드자 드라본. S2 운석과 지구의 엄청난 충돌이 초기 생명체들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회보에 실렸다. 이 재밌는 연구는 하버드가제트와 BBC, CNN 등 세계 주요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S2 운석의 대충돌 몇초 뒤, 몇년 뒤, 수천년 뒤의 일대 모습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 Harvard Gazette
드라본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충돌은 초기 생명체에 예상치 못한 혜택을 제공했을 수 있다. 그때 지구는 나이가 어렸고 복잡한 생명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바다는 녹색을 띠고 있었으며, 박테리아와 고세균(archaea) 형태의 단세포 생물만 존재했다.
연구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바버턴 마콘자 산맥에서 충돌 사건의 지질학적 증거를 찾으려 현장 조사를 했다. 바위의 빽빽하게 쌓인 층을 통해 S2 운석 충돌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지름 40~60km의 S2 운석이 지구를 때리며 500km에 달하는 분화구를 남기는 등 무시무시한 파괴를 일으켰다. 전 세계적인 쓰나미와 바다의 상층부를 끓게 한 열, 대기 중에 주입된 먼지가 주요 파괴 요인이었다.
그러나 심해 환경은 달랐다. 충돌로 인해 철과 같은 요소가 표면으로 가져와졌고, 이는 박테리아 생명체의 풍부한 양식이 됐다. 연구에 따르면 충돌 직후 철과 인을 먹이로 삼는 단세포 생물이 급증한 가운데 생명체는 빠르게 회복되고 번성했다.
2014년 처음 발견된 S2와 공룡을 멸종시킨 칙술루브(Chicxulub) 소행성 충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칙술루브 충돌체는 대기 중에 황을 방출해 지표면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지만, S2 충돌 당시 생명체는 훨씬 단순했다. 생명체는 단순함 덕분에 급속히 회복됐다. S2 운석은 칙술루브보다 최대 200배 더 컸다.
바버턴 마콘자 산맥의 바위는 드라본과 동료들에게 지구 역사상 충돌에 대한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어주었다. 드라본은 초기 지구 역사의 다른 충돌 사건 이후 환경 변화와 생물학적 반응이 얼마나 흔했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초기 지구에서의 충돌 사건들이 생명체 진화에 미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로서 연구자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