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힘들여 가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중 가장 쉽게 와닿는 것은 달에 있는 무한한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달의 자원으로 꼽히는 것은 '헬륨-3(He-3)'이다. 달에 약 100만t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강력한 천연연료인 헬륨-3를 실제로 채굴하는 단계가 임박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소규모이긴 하지만 이미 헬륨-3를 달에서 채굴해 공급하는 주문 계약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국내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국 자원채굴기업이 정부 관련 기업에 2029년말까지 소량 납품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인천 쉐라톤호텔에서 5일 열린 ‘달에서 화성까지 자원 탐사 및 현지 자원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 네트워킹’ 행사에서 미국 자원채굴기업인 XMC의 글렌 마틴 CEO가 발표하고 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실험적 수준이지만... 이미 구매 주문이 진행 중
11월 4~6일 3일간 인천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우수연구자교류지원(BrainLink)' 기술교류회 '달에서 화성까지 자원 탐사 및 현지 자원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 네트워킹'에서는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모여 지구 밖 자원 탐사·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행사에서 달의 헬륨-3 채굴 공급 주문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미국 자원채굴기업인 XMC의 글렌 마틴 CEO는 달과 지구를 왕복하며 헬륨-3를 채굴해 지구로 가져오는 계획을 설명하며 "이미 구매 주문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5일 발표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XMC가 미국 에너지부 지원을 받는 비영리 기업 UT-바텔(UT-Battelle)에 순도 99% 이상의 헬륨-3 416.67mg을 2029년 12월 31일까지 전달한다는 계약 내용이 포함됐다. 계약 규모는 9895.91달러(약 1364만 원) 수준이다. 아직은 실험적이지만, 경제성만 입증된다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업이다.
헬륨의 동위원소 중 하나인 헬륨-3는 가볍고 안정적인 헬륨의 동위원소 중 하나. 헬륨-3를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핵융합을 시키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성되기 때문에 달의 자원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다. 핵융합 발전 효율을 기존의 30% 미만에서 이론적으로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자컴퓨터, AI 등으로 전력의 폭발적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헬륨-3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상용 대형 원전과 유사한 연간 1000MW의 발전량에 필요한 헬륨-3는 연간 약 100kg이라는 계산이 있다. 원전에서는 1기당 우라늄이 연간 수백kg 소모된다. 효율성 높은 헬륨-3를 사용하면 좋지만, 지구에는 소량밖에 없어 인공적으로 합성해 사용하고 있는 현실. 그 헬륨-3가 달에는 100만t 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장소와 채굴방법 등 수단이 해결되면 엄청난 경제성을 지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달의 헬륨-3를 핵융합 발전의 원료로 사용하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지만,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실제로 기업 차원에서 이같은 사전 채굴 공급 계약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달 착륙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우주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폴로 12호 우주인 앨런 빈이 달 표면 토양 샘플을 들고 있다. 지구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거나 인간기지를 달에 건설하려면 헬륨-3처럼 달에 있는 청정 에너지원의 개발이 꼭 필요하다. / NASA
▶달에 있는 자원들, 어떻게 사용하나
우주선이 한번씩 달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달 궤도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달 표면에 인간거주 기지를 추진하고 있는 인류로서는 물과 산소 등 인류의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의 남극에 있는 얼음이나 달의 표토에서 추출하는 물질들을 통해 물과 산소 등을 해결하려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달의 표토 레골리스에는 실리콘이나 티타늄, 철 등 지구에서 다양한 물건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금속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레골리스에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는 금속에서 산소를 추출하고 나면 부산물로 여러 금속이 섞인 다금속 조각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인간에게 필요한 원료로 사용하려면 추가공정이 필요하지만, 표면에 상존함으로써 채취하기 쉽고, 특정국가에 속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요소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 관계자는 "레골리스를 녹여서 산소와 금속을 분리하는 공정에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며 "금속의 사용처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순도도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과정을 위해 달에 메가와트급 전력장비를 갖춰야 하므로 달에서의 전력 생산이 중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 및 기업에서는 모듈형 소형원전을 달에 설치하고 달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도 헬륨-3의 이용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