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달에서 가져온 토양 샘플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어(嫦娥·달의 여신 항아) 6호가 달 뒷면에서 채취한 첫 토양 샘플이 곧 국제사회에 공개되고, 창어 5호가 가져온 토양 샘플을 이탈리아에 선물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에서쇼 '중국항전, 주하이에어쇼'에서 창어 6호의 달 샘플이 공개될 예정이다. / 주하이에어쇼 홈페이지
▶주하이에어쇼에서 75mg 공개 예정
중국은 12~17일 열리는 중국 최대 에어쇼인 주하이에어쇼(Zhuhai Airshow,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 中国航展)에서 달탐사선 창어 6호가 달 뒷면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주하이에어쇼는 중국 광둥성 주하에(珠海)에서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초대형 에어쇼다. 1996년 처음 시작돼 매번 11월에 개최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11일, 창어 6호가 채취한 토양샘플이 15회 주하이에어쇼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공개될 샘플의 무게는 75mg다. 중국이 지난 5월 초 발사한 창어 6호는 53일 만에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서 샘플 1.935㎏을 지구로 가져왔다.
창어 6호가 토양을 채취한 위치는 달의 지각이 매우 얇은 아폴로 충돌 분화구 가장자리에 있는 남극-에이트켄 분지다.
한편, 올해 공군 설립 75주년을 맞아 중국은 예년보다 더 많은 최신예 무기를 이번 에어쇼에서 선보이며 역량을 과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젠(J)-35A, ‘중국판 사드’인 훙치(HQ)-19, 중국 차세대 항공모함에 탑재할 전자사출형 함재기 젠(J)-15T 등도 최초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9월 베이징의 중국과학원(CAS) 국립천문대 달 샘플 실험실에서 창어 6호가 회수한 달 샘플을 보여주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달에서 가져온 흙 샘플 선물
중국이 달에서 흙을 가져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창어 5호도 토양 샘플을 가져와 최근까지도 국제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달의 신비를 푸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때 가져온 달 토양 일부가 이탈리아에 선물됐다.
중국과 이탈리아 매체들이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9일 중국을 방문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연구목적으로 달에서 가져온 토양 샘플 0.3마이크로그램(㎍)을 선물했다.
중국은 이탈리아가 유럽 국가 최초로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철수한 것과 관련해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오랜 소프트 파워 외교에 사용된 자이언트 판다처럼 달 토양 샘플을 새 외교 수단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앞서 러시아와 프랑스에도 달 토양 샘플을 선물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7일부터 약 6일간 일정으로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7월 기업인들과 중국을 방문해 양국의 기술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제협정을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