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최대의 로켓 '스타십(Starship)'의 6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한 시간 남짓한 비행이지만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많은 화제를 낳았다.
미국시간 19일 오후, 한국시간 20일 오전에 이뤄진 스페이스X의 스타십 6차 시험비행은 일단, 이제 막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발사 현장을 찾아 그의 최측근으로 부상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참관했다는 변수부터 시작해 거대한 젓가락 로봇팔을 사용하지 않은 것, 첫 승객으로 바나나를 실은 것 등등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스타베이스의 발사대에 거치된 상태로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스타십. / spaceX
▶스타십? 6차 시험비행과 스타십 살펴보면....
미국 텍사스 남부의 보카치카 해변에 있는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미국 동부표준시 19일 오후 5시(한국시간 20일 오전 7시)에 스타십이 발사됐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덕분에 전과정을 전세계에 생중계할 수 있었다.
스타십은 발사 약 3분 뒤에 약 62km 상공에서 1단 로켓 부스터인 '슈퍼 헤비'와 상단부 '스타십'의 분리에 성공해 스타십은 우주로 더 날아가고, 슈퍼 헤비는 방향을 바꿔 지구로 돌아왔다. 슈퍼 헤비는 발사 7분 후 멕시코만에, 스타십은 발사 65분 뒤 인도양에 안전하게 착수했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최대크기의 스타십. 121m에 달하는 높이에 100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스타십은 '슈퍼 헤비(Super Heavy)'라고 불리는 1단계 대형 로켓과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상단부의 '스타십(Starship)'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강력 엔진인 랩터엔진이 슈퍼 헤비에는 무려 33개가 장착되어 있고, 스타십에도 6개가 있어 착륙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존의 우주선에 보통 4명의 우주인이 탑승해온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쉽게 알 수 있다.
스타십의 5차례 시험비행은 2023년 4월과 11월, 올해 3월, 6월, 10월에 시행됐다. 이번 6차 비행을 끝으로 스타십 버전1은 폐기되고 7차 비행부터는 지금까지의 비행 데이터를 반영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스타십, 즉 스타십 버전2가 사용되기 시작한다.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스타십의 선실에 바나나가 묶인 채 매달려 있다. / spaceX
▶바나나는 왜 스타십에 실렸을까?
스타십은 거대 로켓 전체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상단부 승객이 탑승하는 영역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분을 위해 상단부 스타십은 그냥 간단히 '십(ship)'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100명의 승객이 타고 화성으로 날아가는 것이 최종목표다.
그것을 가늠하는 실험이 시작되었으니, 바로 이번 6차 시험비행에 처음으로 '승객'을 태운 것이다. 그것은 샛노란 바나나 하나다. 사실 16cm짜리 봉제 바나나 인형이어서 진짜 바나나는 아니지만, 스타십의 외벽에 바나나를 그려 넣는 등 이번 시험발사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선체 내부에 줄로 매달려 있는 바나나는 도대체 왜 스타십에 실린 것일까.
우주비행을 1시간 정도하는 스타십에서 무중력 상태가 진행되고 그렇게 되었을 때 승객들은 어떤 상태에 놓이는지 데이터를 얻기 위한 테스트용으로 바나나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중력 상태라는 것을 내부 카메라를 통해 지상의 모든 관객에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 상태를 통해 실제로 사람이 탔을 때 혹은 실제로 화물을 실어 달이나 화성으로 나늘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관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영상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무중력 상태에 바나나가 잘 '대응'해 별 흔들림 없이 비행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 스페이스X 엔지니어링 관리자인 케이트 타이스는 “바나나는 꽤 오랫동안 빠른 시각적 비교에 사용되어왔다”면서 “우리는 스타십에 처음으로 물리적 탑재물을 실었는데, 모두 짐작했겠지만 바나나”라고 밝혔다.
스타십은 이같은 실험들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달에 화물을 보내는 것은 물론, 유인비행을 하게 된다.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첫번째 승무원 착륙선으로 스타십이 사용됨으로써,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으로 2026년 9월 아르테미스3 우주비행사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게 된다.
인형을 우주선에 갖고 타는 것은 영화에도 가끔 등장하듯, 실제 우주 탐사 역사에도 흔한 일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작은 인형을 가지고 우주선에 탑승했으며 이후 이는 전통이 된 것.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주인공 버즈 인형은 30㎝ 크기로 2008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ISS에 탑승해 무려 15개월을 생활하고 지구로 귀환해 가장 유명한 우주인형이 됐다.
텍사스에 있는 스페이스X 발사장 스타베이스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는 왜 스타십을 보러갔을까?
이번 시험비행이 더욱 관심을 끈 이유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현장을 찾아 발사 장면을 관람했기 때문이다. 발사 1시간쯤 전에 텍사스 현장을 찾아 일론 머스크와 인사를 나누고, 스페이스X의 시설들을 둘러보았다. 발사를 지켜보는 동안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트럼프에게 머스크가 찾아가 설명하는 등 친밀함이 과시되었다.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머스크에게 수시로 질문을 하는 등 관심을 표했다.
빨간색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트럼프에게 일론 머스크는 스타십 모형을 들고 직접 기술을 설명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나는 역사상 가장 큰 물체가 우주로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땅에서 이륙하는 것을 보기 위해 텍사스주(스타베이스)에 왔다”며 “놀라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론 머스크와 위대한 애국자에게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도 일론 머스크를 극찬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우리는 새로운 스타를 갖고 있다. 일론이라는 스타가 탄생했다. 그같은 천재는 우리 모두 보호해야 한다. 천재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의 성명이 나올만큼 트럼프의 신뢰가 깊은 것이다.
트럼프가 직접 스타십 발사현장까지 찾음으로써, 트럼프 2기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며 그가 추진할 우주탐사와 '정부효율부'의 업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의 현장방문에 주목하는 이유다.
5차 시험비행 때 슈퍼 헤비의 착륙을 도운 거대 젓가락이 이번에는 사용되지 않고 바다에 착수했다. / spaceX
▶'젓가락'은 왜 사용되지 않았을까?
스타십 6차 시험비행의 핵심적 내용은 '재사용 가능성 재확인'하면서 '재사용 비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가장 극적인 장면은 지난번 5차 시험비행 때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한, 발사대로의 '젓가락 집게' 포획 착륙을 다시 한번 성공적으로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멕시코만 바다로 착수한 것. 발사 약 7분 뒤에 슈퍼 헤비는 역추진 엔진을 가동하면서 매우 안정적으로 착수했고, 지켜보던 연구팀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 장면은 바다 진입이 '성공'이라는 것을 뜻한다. 발사 전에 스페이스X 측은 수천가지 점검사항들이 있고, 그것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젓가락 포획'을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착륙방법은 '젓가락 로봇팔 메카질라를 이용한 포획 재현'이거나 '멕시코만 착수'가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발사가 끝난 현재까지도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고는 중계 때 공개했다. 그 안전은 기술적 안전일 수도 있고, 트럼프를 포함한 참관객의 안전일 수도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안전 이외의 부분에서는 향후 벌어질 우주탐사의 다양한 경우의 수, 즉 다양한 착륙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방식을 한번 더 시험해 본 것일 수도 있고, 버전1 스타십의 마지막 사용이므로, 7차 시험비행에 활용하지 않을 슈퍼 헤비를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젓가락 포획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다.
▶스페이스X 스타십 6차 시험비행 발사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