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발견된 신비로운 18분 주기의 전파 신호를 시각화한 이미지. / International Centre for Radio Astronomy Research
천문학자들은 2022년 18분마다 반복되는 특이한 라디오파(radio waves) 펄스(pulse)를 발견했다. 이 신호는 약 3개월 동안 강렬하게 빛을 발하다가 사라졌다. 펄서(Pulsar)는 주기적으로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이다. 매초 혹은 더 빠른 속도로 빛을 발하는 것이 보통인데, 18분 주기의 펄스는 놀랍게 느린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기존 펄서와 다른 전파신호에 주목하면서 더 들여다보게 되었고, 놀랍게도 2.9시간이라는 느린 주기로 방출되는 라디오파를 다시 발견했다.
서호주 커틴대학교의 과학자들은 2년 전 발견된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12월 1일자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발표했고, 해외 우주미디어들이 2일 보도했다.
느린 전파 신호의 발견은 펄서가 전파를 방출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요구했다. 과학자들은 기존 이론과 다른 신호가 새로운 물리학적 현상이나 미지의 방출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후로 '장주기 라디오 변환자(long period radio transient)'라는 10개의 유사 신호가 추가로 발견되었지만,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신호는 의외로 우리 은하인 '은하수' 중심의 별이 밀집된 지역에서 포착됐다. 그러나 수천 개의 별 중에서 신호의 정확한 출처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서호주의 '머치슨 광역 배열(MWA)'을 사용해 은하 외곽의 밀도가 낮은 지역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MW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글림-X J0704-37'이라는 새로운 라디오파 펄스의 출처를 발견했다. 이 신호는 1분 정도 지속되지만, 지금까지 관찰된 것 중 가장 느린 주기(2.9시간)였다. 2022년 발견한 18분 주기의 라디오신호는 '글림-X J162759.5-523504'에서 관측된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어캣(Meerkat) 망원경을 통해 2.9시간 주기 신호의 위치를 파악했더니 그 출처는 적색왜성. 적색왜성은 은하수에서 가장 흔한 별(전체 별의 약 70%)이지만, 밝기가 약해 망원경 없이는 관측이 어렵다. 신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적색왜성은 궤도에서 보이지 않는 동반성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연구진은 동반자를 백색왜성으로 판단했다. 백색왜성은 태양과 같은 별이 진화 과정에서 남긴 밀도가 높은 잔해로, 강력한 자기장을 가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적색왜성의 항성풍(stellar wind)에서 방출된 하전 입자가 백색왜성의 자기장과 상호작용하여 전파를 생성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지구에서 태양풍이 자기장과 충돌해 오로라를 생성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번 연구는 우주에서 뜻밖의 현상을 발견하고 이해하려는 과학적 호기심의 산물이다. 이 신호들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우주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계속해서 하늘을 스캔하며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느리게 울리는 우주의 메시지는 인류에게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