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화성 헬기' 인제뉴어티
못 날지만 향후 20년 기상관측!

JPL 과학자들 "배터리-센서 작동... 데이터 저장 충분히 가능"

2024년 2월 24일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촬영한 NASA의 인제뉴어티 화성 헬리콥터. / NASA, JPL-Caltech

 

"인제뉴어티(Ingenuity)는 고장 났지만, 여전히 살아있다." 미국의 우주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올 1월 임무를 마감한 '화성 헬리콥터'를 두고 희망의 헌사를 바쳤다. 헬기로서 수명은 다했지만 앞으로 20년 동안 기상 관측소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과학자들이 인제뉴어티에 대한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업데이트는 2024년 미국지구물리학연합(AGU) 연례 회의에서 공개됐다.

 

인제뉴어티는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탐사 로버에 실려 화성으로 이동한 후, 얇은 화성 대기에서 2021년 4월 19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인제뉴어티는 거의 3년 만인 2024년 1월 18일 72번째 비행 중 추락했다. 착륙 과정에서 로터(프로펠러) 손상 탓이었다. NASA가 당초 예정했던 30일간 5번의 비행을 훌쩍 넘는 대기록이다. 총 비행 거리는 예상보다 14배 더 먼 약 1만7702m다.

 

태양열 충전으로 가동되는 높이 49㎝, 무게 1.8㎏(화성에서의 무게 0.68㎏)의 인제뉴어티는 당시 이륙 후 3m 높이까지 상승해 39초간 정지비행 후 착륙했다.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화성에서 헬기가 성공적으로 비행한 것이다. 인류가 지구 외 행성에서 '제어 가능한 동력체'를 비행시킨 사건이기도 했다.

 

JPL의 과학자들은 이번 업데이트 발표에서 "비행 중 힘든 착륙 이후에도 72개의 항공 전자 배터리와 센서가 모두 작동하고 있다"며 "이제 일종의 기상 관측소로 기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즉 인제뉴어티는 로터 손상 외에 다른 전자 장치와 센서가 모두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제뉴어티는 약 20년 분량의 온보드 저장 공간을 남겨두고 있어 매 '마르스 솔(화성의 태양일)'마다 측정 및 이미지를 계속 찍을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 로버의 통신 링크가 현재 헬리콥터에서 3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JPL은 이미 화성에서 동력 비행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으며, 새로운 헬리콥터 개념인 '마스 차퍼(Mars Chopper)'를 발표했다. 새 화성 헬기는 인제뉴어티보다 20배 더 무겁고 과학 장비를 자율적으로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NASA는 인제뉴어티의 성공적인 비행을 통해 앞으로 드론을 이용한 탐사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