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우리는 많은 결심을 한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이 건강과 운동. 올해는 어떤 결심들을 하셨는가? 금연 절주 같은 소극적인 결심도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는 결심을 하면 좋겠다. 긍정의 에너지는 점점 커질 때 주변의 다른 부정적인 것들까지 쓸어가지 않겠나 싶다. 이제 을사년 설 연휴가 시작된다. 다시한번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나는, 새해를 맞아 설악산 울산바위에 다녀왔다. '대한민국 제1경'에 꼽히는 곳이다. 새해 결심을 하기도 좋고, 새해결심의 첫 실천으로도 딱이다. 설악산 소공원을 출발해 신흥사와 흔들바위를 지나, 울산바위를 오르는 코스. 흔들바위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에 길도 좋은 편이라 누구나 건강산책을 할 수 있는 길. 신흥사 앞 소공원에서 2km 좀 넘는 길이니 그까지만 다녀오는 관광객들이 많은 길이다. 그렇지만, 진짜 산행은 흔들바위에서 시작된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울산바위 정상은 설악의 절경까지 즐길 수 있는 장쾌한 바위산이다. / cosmostimes
▶북한산 백운대보다 높은 기암괴석 울산바위
873m 높이의 하나의 바위로 된 산. 아래 둘레가 4km를 넘는 엄청난 바위 덩어리가 울산바위다. 정상에 오르면 놀라운 모습의 기암괴석들이 펼쳐져 있고, 3개의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광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감탄의 순간을 선사한다.
문제는 올라가는 길이다. 서울의 북한산 백운대보다 높은 울산바위에 오르는 길이 흔들바위에서 1k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거의 수직에 가까운 상승을 해야 울산바위 정상에 도착한다는 뜻이다. 너무 험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요즘은 거의 모든 구간에 계단이 설치돼 있다. 언제든 갈 수 있고,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등산로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무나 갈 수는 없다. 가파르고 끊임없는 그 계단길을 끝까지 견디며 올라갈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갈 수 있는 길이다.
쉬었다 가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길. 그렇지만 아무나 시도하지는 않는 길. 1km를 가는데 1시간을 잡아야 하는 길이 울산바위 올라가는 길이다. 어느 노랫말처럼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지”라는 마음을 먹고 느긋하게 올라가거나, “이 길에 내 삶의 도전정신을 모두 걸고 죽더라도 가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뜨뜻미지근함은 없다. 그래서 멋들어진 인생 같다. 그저그렇지 않은 아름다운 인생.
그렇게 올라가 정상을 즐긴 뒤 내려오는 길은 더 살벌하다. 원래 가파른 오르막은 어찌어찌 가지만 내려오려면 무섭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공포감을 이겨내면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이 가파른 내리막이다. 나는 보통 ‘오를 때는 멈추지 않고 끝까지 빠른 걸음으로 오르고, 내려올 때는 천천히라도 뛰어서 내려온다’는 목표로 산행을 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에 오르내릴 수 있지만, 산의 참맛은 모른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울산바위에서 동남쪽을 바라보면, 설악의 달마봉 너머로 동해바다와 속초 시내가 보인다. / cosmostimes
▶자연과 하나 될 때 얻는 진리, 나는 자유다
마라톤을 더 잘하기 위한 훈련으로 등산을 선택했고, 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으니 진정한 등산의 맛을 이야기하는 남들의 핀잔이 귀에 들어올리 없지만, 그래도 순리에 대해서는 조금씩 생각하게 된다. 산에 갔으면 산의 맛을 더 즐길 줄 알아야 하고, 몸과 자연의 조화를 적당한 선에서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 같은 것이 조금씩 생긴다.
울산바위 정상에 가면, 3가지 방향으로 전망대가 있다. 가장 높은 곳에는 외설악의 웅장한 풍광과 동해바다의 탁트인 시원함, 그리고 설악을 넘어 영서로 갈 수 있는 고갯길들까지 모든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고, 두번째 전망대에서는 동해바다와 속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이 펼쳐진다. 가장 아래쪽 전망대에서는 산악의 멋짐을 즐길 수도 있지만, 울산바위 그 자체를 더 생생하게 안에서부터 관람하는 기분이 들게 된다. 가장 멋진 포토존도 있고...
가장 험한 바위산, 그 정상에 서면, 아무리 '조급함-빨리빨리'가 체질이 된 나라고 해도 깊은 생각의 순간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울산바위에 오르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읊조리는 의식을 갖는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절정의 자연에서 내 영혼의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을 얻게 된다. 위대한 자연은 나를 겸손하게도 하지만, 자랑스럽게도 만들어준다. 우주의 먼지여서 겸손해지지만, 우주의 먼지가 이뤄낸 성과를 생각하면 자랑스러워진다고 하는 어느 과학자의 말은 옳다. 나는 이 맛에 뛰고, 산에 오른다.
최윤호 코스모스 타임즈 편집장
코스모스 타임즈는 2025년을 맞아 [주말칼럼]란을 신설, 'SF읽기'와 '우주시대 건강법' 등을 게재한다. '우주시대, 달리자'를 쓰는 최윤호 편집장은 우주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몸과 정신을 고양시키는 운동을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실천하면서 칼럼을 쓰고 있다. 20년쯤전 마라톤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바위산 등산, 트레일런을 생활화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태극권도 수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