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날 천문대 위의 칠흑 같은 밤하늘. 오른쪽은 초거대 망원경을 구성하는 4개의 단위 망원경. / ESO
남미의 거대 사막에 있는 '세계 최대의 망원경 단지'가 빛 공해 고민에 빠졌다.
세계 천문학계는, 지상 최고의 하늘 관측 부지 중 하나인 칠레 아타카마 사막 파라날 천문대(Paranal Observatory)에 닥칠 위협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곳은 초거대 망원경(VLT)과 건설 중인 극대형 망원경(ELT)의 본거지로, 우주 연구를 위한 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남방천문대 ESO는 60여 년 전에 칠레에서 첫번째 천문대를 개설하며 아타카마를 천문학 연구의 중심으로 삼았다. VLT는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 근처 별 궤도 추적, 태양계 외부 행성 이미지 촬영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VLT가 어두운 하늘에서 운영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파라날 천문대의 망원경은 2023년 세계적으로 빛 공해 수치가 가장 낮은 관측지로 평가됐다. ESO는 또 차세대 극대형 망원경(ELT)을 아르마조네스 산에 건설 중이며, ELT는 세계 최대의 망원경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미국의 AES에너지가 대규모 재생 수소 단지 프로젝트(INNA)를 최근 추진하면서 천문대의 암흑 하늘에 빛공해 수준을 10%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지는 계획대로라면 ESO의 초대형 망원경(VLT)에서 불과 몇 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된다.
100억 달러 규모(약 15조원)의 INNA 프로젝트는 파라날 산 인근에 약 914만평 규모로 조성되며,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와 대규모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연간 21만7000톤 이상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기후 목표에 부합하지만, 천문대와의 근접성이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아타카마 사막은 고도가 높고 건조한 기후와 대기 난류가 거의 없는 우주 관측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자비에 바르콘스 ESO 사무총장은 "이곳이 천문대가 설치된 곳 중 가장 어둡다"며 "수소 단지가 50km만 떨어져 있어도 문제가 안된다"고 밝혔다. ESO는 아타카마의 밤하늘을 보호하기 위해 더 엄격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파라날 천문대는 칠레를 넘어 우주에 대한 이해와 기술 혁신에 기여한다. 천문학에 있어 소중한 천문대 인근에서 빛공해가 발생한다면, 천체의 가시성과 데이터의 정밀도는 떨어질게 분명하다. INNA 프로젝트를 감독하는 AES 칠레는 지난해 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으며, 칠레 환경영향평가청(EIA)은 이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