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 망원경의 코마 은하단 이미지. / NASA, ESA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빅뱅 이후 확장 중인 우주는 멀수록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허블 우주망원경 데이터들을 근거로 생각보다 더 빨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천문학자들에게 이같은, 우주가 예상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최근의 증거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1월 15일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된 새로운 측정 결과 연구는 현재의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팽창 속도를 보여주었다. '허블 긴장(Hubble tension)'을 더욱 심화시키며, 우주론 모델의 수정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가 21일 보도했다.
우주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허블 상수(Hubble constant)'를 계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주 초기의 빛인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를 분석하는 방법과,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인 세페이드(Cepheid) 변광성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주요 방법의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오는 현상이 '허블 긴장'이다.
CMB는 빅뱅 뒤 38만 년 후의 우주를 담고 있으며, 세페이드 변광성은 고유 밝기를 통해 거리를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마치 우주의 등대와 같이 작용해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 위성이 측정한 허블 상수는 약 67km/s/Mpc로, 세페이드 거리 사다리 측정 결과인 73km/s/Mpc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10년간 우주론은 허블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관측으로 점점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두 우주망원경 관측에 따르면, 우주는 관측 위치에 따라 다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은 수백만 개의 은하를 관측해 우주의 3차원 지도를 작성하는 데 사용되는 암흑 에너지 분광기(DESI)를 이용, 코마 은하단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코마 은하단은 지구에서 약 3억 광년 떨어져 있는 수백개 은하로 구성돼 있는 은하단이다. DESI는 우주의 팽창 역사를 연구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다.
연구를 이끈 듀크대 댄 스콜닉 교수는 "DESI 데이터 역시 허블 상수에서 비슷한 문제를 드러냈으며, 업데이트된 거리 사다리가 76.5km/s/Mpc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허블 상수 측정치가 더 벌어진 것이다.
스콜닉 교수는 "이제 '긴장'이 '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과거 25년간 사용해 온 모델이 강하게 압박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우주론 모델이 깨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론에 대한 기존 이해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블 텐션은 단순한 측정 오류가 아니라, 우주에 대한 지식에 큰 틈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라이브사이언스는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