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3만km '무서운 바람'
520광년 밖 외계행성에서 포착

독일 연구팀, VLT로 관측... 태양계 최강 해왕성 돌풍보다 19배 빨라

적도 부근에서 맹렬하게 바람이 부는 외계 행성 WASP-127b 상상도. / ESO

 

목성보다 약간 더 큰, 지구에서 약 52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127b'이 발견된 것은 거의 10년 전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WASP-127b가 시속 약 3만 3000km의 초음속 바람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고 디지털 매체 매셔블이 현지시간 22일 보도했다. 이는 태양계 최강 바람인 해왕성의 돌풍보다 19배 빠른 속도이며, 치타보다 약 300배, 일반 여객기보다 36배 빠르다.

 

지구의 상층 대기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공기띠인 제트기류(jet stream)가 시속 442km 이상의 바람을 몰고 있다. 해왕성의 비슷한 고도의 바람은 시속 약 2000km에 이른다. 그러나 WASP-127b의 제트기류 바람에 비하면 산들바람에 불과하다고 외신에서는 비유하기도 했다.  

 

슈퍼소닉 강풍은 외계행성의 적도 주위를 휘몰아치며, 행성 자체의 회전 속도보다 6배 더 빠르게 돌고 있다. 이 같은 맹렬한 바람은 이전에 관측된 적이 없었다. 이번 연구는 독일 괴팅겐 대학의 리사 노트만이 이끌었다. 연구 결과는 1월 14일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저널에 발표됐다.

 

천문학자들은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망원경(VLT)을 사용해 이 극심한 바람을 관측했다. 특히 '극저온 고해상도 인프라 에셸 분광기(CRIRES+)'라는 장비 덕분에 대기의 고속 이동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연구의 주저자인 노트만은 "행성의 적도 주위에 매우 빠른 초음속 제트 바람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속의 대기 중 공기의 강과 같은 제트기류는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데이비드 콘트 박사는 “WASP-127b는 목성처럼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지만 대기에는 일산화탄소와 물과 같은 더 복잡한 분자의 흔적도 확인됐다”면서 “뜨거운 면에 강한 방사선을 받는다는 사실이 대기 역학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태양계 밖에서 발견된 외계행성은 5800개 이상이다. WASP-127b는 '뜨거운 목성'이라 불리는 유형으로, 모항성에 매우 가까운 궤도를 도는 가스 행성이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의 약 5%에 불과한 거리에서 약 4일마다 별을 공전하여 별의 복사열에 그을린다.

 

WASP-127b의 직경은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보다 약 30% 더 크다. 그러나 그 질량은 목성의 약 16%에 불과해 관측된 행성 중 가장 밀도가 낮은 행성 중 하나다.

 

천문학자들은 직접적인 이미지가 없더라도 행성의 대기를 통과하는 별빛과 그것이 모항성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WASP-127b와 같은 세계에 대해 연구할 수 있다. 앞으로 몇 년 후 가동될 훨씬 더 큰 망원경인 극대망원경(ELT)도 기대를 높여준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세로 아르마조네스산(해발 3042m) 정상에 자리 잡은 ELT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