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ASA의 홈페이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부분의 첫 설명문에 '첫 여성, 첫 유색인종, 첫 협력국'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문장이 포함된 과거 내용. 2. 최근 업데이트 되면서 앞의 부분이 빠진 홈페이지. 3.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아르테미스 3호 미션에 대한 설명 페이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DEI 폐기' 정책이 추진되면서 많은 일들이 생기고 있다. 이번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우주인 선정을 놓고 설왕설래가 진행되고 있다.
NASA 홈페이지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달에 여성 우주비행사,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보낸다'는 말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성, 유색인종 선발 정책의 폐기 또한 철회라고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이 생겼다. 국내언론도 앞다퉈 '트럼프 때문에 여성, 유색인종 우주인 선발 물건너갔다'는 취지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보도들이 쏟아지고 난 뒤, NASA는 "홈페이지의 말을 바뀌었다고 해서, 그것이 우주인을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미국언론에 설명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NASA 홈페이지에서 아르테미스 미션 관련 업그레이드에서 'NASA는 달에 첫 여성, 첫 유색인종, 첫 협력국 우주비행사를 보낼 것이다(NASA will land the first womasn, first person of color, and first international partner astronaut on the Moon)'는 표현을 삭제했다고 현지시간 21일 보도하면서 이는 트럼프의 'DEI 폐기'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기사보다는 제목이 좀더 파격적으로 '첫 여성, 첫 유색인종 우주인 계획을 포기했다'고 썼다.
이를 본 수많은 언론들이 이를 받아 보도했고, 한국의 상당수 언론들도 같은 톤의 보도를 하고 있다.
'DEI'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한다. NASA에도 DEI부서가 있었고, 최근 폐지됐다. 조 바이든의 민주당 행정부가 중시하던 정책으로 성별, 인종, 민족의 다양성을 인사에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행정부와 관련 기관 곳곳에 관련 부서가 있었고, 최첨단 인력을 보유한 NASA에도 DEI부서가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꼭 찝어 이 부서를 폐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지만 그것이 곧 여성이나 유색인종 인력의 소홀한 취급을 뜻이라기보다는 지나친 PC주의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보는 쪽이 타당할 것 같다. 현재 NASA의 수장은 빌 넬슨의 뒤를 이어 재닛 페트로가 맡고 있다. 아이작먼이 후임 국장이 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재닛 페트로가 임시국장으로 사상 첫 여성 수장 역할을 격변기에 해내고 있는 것. 재닛 페트로는 지금 RIF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 인력감축 프로그램을 NASA에서 지휘하고 있다.
달을 돌아 귀환하는 우주비행 아르테미스 2호 미션의 우주인들으로 이미 선정된 4명의 우주인들. 미션 사령관인 리드 와이즈먼(아래 가운데)과 '첫 여성' 크리스티나 코크, '첫 유색인종' 빅터 글로버, '첫 캐나다인' 제레미 한센 등 다양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 NASA
그러니까, 홈페이지의 한 문장이 삭제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그 정책이 폐기됐다고 하는 것은 무리다. 실제로 좀더 깊이 들어가면서 '아르테미스 3호 미션'을 NASA에서 검색하면, 여전히 그 문장은 남아있고, 우주비행사를 선정하고 미션을 숙지시키는 과정이 짧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아르테미스 2호의 경우, 이미 4명의 우주비행사 후보가 선정되어 있고, 그들은 단지 외적 조건 때문에 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라도 쉽게 바뀔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이들이 달에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3호의 우주인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NASA의 '선언'과 딱 맞아 떨어지는 구성이라는 점에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대목은 아니다.
이미 선정된 '첫 여성' 크리스티나 코크는 2020년 이미 328일 우주에 체류함으로써 '여성 최장 우주 체류' 기록을 세운 베테랑 우주인이며, '첫 유색인종' 빅터 글로버는 미 해군 베테랑 조종사로 3000시간 넘게 비행했고, NASA 우주비행사 그룹의 일원이 된 인물로 스페이스X의 첫 ISS 임무 비행 '크루-1'의 4명 중 1인이다. '첫 캐나다인'은 캐나다의 특별한 장점인 로봇팔 캐나담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또한 NASA의 앨러드 뷰텔 대변인은 "대통령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아르테미스 캠페인 중 달 착륙 부분의 표현방식을 업데이트했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NASA에 대한 계획을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좀더 깊게 살펴볼 것이다"고 말했다. 표현을 조정했다는 말일 뿐, 계획이 변경됐다는 언급이 아니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물론, 굳이 우주인을 바꾸겠다면 바꿀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달보다 화성 먼저'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 NASA의 큰 계획 변화가 아르테미스 미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트럼프 집권 1기 하에서 시작된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이다.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시작과 여성, 유색인종을 달에 착륙시키기로 한 결정 모두 트럼프 1기였던 2019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