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대적반 위를 근접 비행하는 NASA의 주노 탐사선. / NASA, JPL-Caltech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주노(Juno) 우주선이 예기치 않게 '안전 모드(safe mode)'에 들어갔다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현지시간 9일 발표했다. 주노가 이상을 감지해 예방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 4일 목성의 71번째 근접 통과 중이었다.
NASA는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주노가 목성을 스쳐 지나던 중 두 번 안전 모드를 작동했다고 밝혔다. 안전 모드는 비상 상황 시 비필수 기능을 끄고 통신과 전력 관리에 집중하는 조치다.
주노는 미국 동부표준시 4일 오전 5시 17분 근점(perijove)을 지나기 약 한 시간 전에 처음으로, 이어 근점 통과 45분 후 다시 안전 모드에 진입했다. 우주선은 두 번 모두 컴퓨터를 재부팅한 뒤 비필수 기능을 끄고 안테나를 지구로 돌렸다. 안전 모드 동안 주노의 과학기기 전원이 꺼졌다.
임무운영팀은 안전 모드 전후로 수집된 공학 및 과학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할 계획이다. 데이터는 사건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주노의 안전 모드 원인을 목성의 강렬한 방사선 벨트로 추정한다.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안전 모드는 우주선에서 이상이나 오작동이 감지되면 흔히 발생한다. 예를 들어, 허블 우주망원경은 최근 과학자들이 자이로스코프(방향·각속도 측정 장치)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안전 모드에 들어갔다. NASA의 TESS(외계행성 탐사 위성)도 마찬가지였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적대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목성의 방사선 벨트는 하전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지구의 밴 앨런 벨트보다 훨씬 위험하다. 지구의 방사선 벨트가 뜨거운 욕조라면 목성의 방사선 벨트는 용암으로 가득 찬 욕조와 같다고 스페이스닷컴은 분석했다.
주노는 티타늄 방사선 보호막으로 고에너지 입자로부터 민감한 전자 장비를 보호한다. 특히 주요 컴퓨터, 전력 분배 장치 등 핵심 전자 장비들은 두께 1cm의 티타늄으로 제작된 육면체 금고 안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
주노가 2016년 목성 도착 이후 안전 모드 돌입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6년 두 번째 궤도, 2022년 39번째 궤도에서도 발생했지만, 매번 완전히 복구됐다. 우주선은 이번 사건에서도 예상대로 작동했다.
주노의 다음 근점은 5월 7일로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지 주목된다. 이때 목성의 위성 이오를 8만9000km 거리에서 스쳐 지나갈 예정이다. 주노의 관리 주체는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이며, 여러 기관이 과학 기기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