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칼럼: 우주시대, 달리자]
조니 킴, 오타니, 그리고 손흥민

며칠전 6명의 여성이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여성만으로 구성된 우주여행팀이다. 아마존의 갑부 제프 베조스가 만든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들의 우주선은 뉴 셰퍼드. ‘새로운 목자’다. 이름도 심상찮다. 이 우주선을 탄 6명의 여성들은 대단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 케이티 페리.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팝스타 중 하나다. 그리고 베트남 최초의 여성 우주인 아만다 응우옌, 그리고 제프 베조스의 약혼녀 로렌 산체스도 있다. 단지 약혼녀이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인 유명인이다. 그밖의 인물들도 강력한 스토리를 갖고 자신의 삶을 이뤄온 사람들이다. 

 

우주는 이렇게 유명인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의 최대 관심거리다. 그래서 이 여행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주비행은 실로 극한의 도전정신과 실재적 체력, 자기 분야의 최고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험이라고 믿고 싶다. 최근 또다른 사람 한명이 우주비행을 하면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바로 한국계 미국인 우주비행사 조니 킴(Jonny Kim)이다. 그는 꿈꾸던 우주비행을 통해 국제우주정거장 ISS에 올라갔다. 6개월간 우주생활을 하는 진짜 우주인이 됐다.

 

우주인 조니 킴은 네이비실로 100여 차례 전투를 하고 각종 훈장을 받았다. 영화 속 전설이 된 '아메리칸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과 동료였다.  

 

▶끝없는 도전의 가치를 보여준 교과서, 조니 킴

조니 킴은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은 미국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끈 바 있는 인물이다. 내 관심도 사실, 다른 것에 있다. 한국계, 동양인의 몸을 갖고 해낸 엄청난 도전과 성과들 말이다. 특히나 군에서 쌓은 특이한 이력들.

 

네이비실(Navy SEAL)은 미 해병 특수부대다. 수많은 전투를 해왔고, 영화와 소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세계 최강 부대 중 하나다. 특별한 신체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꺼이 도전해 힘든 훈련을 버텨내야 대원이 되어 실제 전투에 투입된다. 훈련소 퇴소가 처벌인 훈련이다. 기꺼이 고난의 시간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올해 41세가 된 조니 킴의 아주 특별한 이력 중에서 내 시선을 처음 끌어당긴 것은 네이비실 출신이라는 것. 200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해군에 입대한 조니 킴은 각종 해군 훈련을 마친 뒤 특수전 전문화 훈련을 거쳐 네이비실 대원이 됐다. 네이비실 조니 킴은 두 차례 이라크에 파병돼 100여 차례의 전투에 참가했다. 그는 알카에다를 상대로 포인트맨, 저격수, 특수전 의무병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으며, 그 공로로 은성무성훈장, 동성훈장, 해군 공로훈장 등 많은 포상을 받았다.

 

그와 함께 전투를 수행한 동료 중에는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인공인 크리스 카일(배우 브래들리 쿠퍼)도 있었다.  그 영화를 보면,  조니 킴이 어떤 싸움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이후의 조니 킴도 놀랍다.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해 진학한 샌디에이고 대학 수학과를 최우수졸업해 소위로 임관했고, 하버드 의대를 나오면서는 대위 군의관이 됐다. 레지던트 과정을 수련한 뒤엔 소령 진급.  소령 조니 킴은 2017년 6월 NASA 우주인단 22기 최종 12인에 선발돼 2020년까지 훈련을 받고 우주인이 됐다. 그 당시 지원자가 1만8300명이나 돼 1600대 1 경쟁을 뚫었다고 화제가 됐다. 조니 킴은 2024년엔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17인 우주비행사로 선발됐다. 아르테미스 2호 미션에는 뽑히지 못했지만, 대신 지금 ISS에 올라가 있다. 


이 대단한 인생의 도전정신은 구경하는 사람을 숨막히게 할 만큼 대단하다. 신체적 강함과 불굴의 도전정신이 어우러져야 이룩할 수 있는 일을 해낸 사람이 조니 킴이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포기하지 않으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득점왕이 된 골을 넣고 기뻐하는 손흥민 선수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오열하는 매킬로이, 홈런을 치고 달리는 오타니. / 연합뉴스, cosmos times

 

▶오타니, 손흥민... 열심히 뛰어 전설이 된 두 선수 

조니 킴과 함께 떠오른 이름은, 오타니와 손흥민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목요일, LA다저스의 1번 타자 오타니 쇼헤이가 1회 커다란 홈런을 쳤다. 며칠전엔 9회말 역전홈런을 터뜨려 전세계 야구팬들을 전율케 했다. 손흥민은 요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팀의 핵심 선수다. 이 두 스포츠 스타의 공통점 중 하나는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전세계 스포츠 역사에서 GOAT, 가장 위대한 선수 후보로 거명되곤 하는 오타니는 지난해 50-50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50홈런 50도루다. 50홈런은 가끔 나온다. 덩치 크고 몸값 비싼 메이저리그의 거포들 말이다. 50도루도 가끔 나온다. 몸집 작고 재빠르면서 기교좋은 단타자들 말이다. 그런데 50홈런을 치고도 50도루를 한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이 정도 홈런을 치면, 그렇게 열심히 도루를 할 필요가 없고, 이 정도 몸값의 선수라면, 위험한 도루로 다칠 위험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타니 쇼헤이는 둘 다를 했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 

 

토트넘 홋스퍼스의 손흥민 선수는 30세인 2021~2022년 시즌에 23골을 넣으면서 EPL 득점왕이 됐다. 공동선두이긴 하지만 엄청난 기록이다. 이래저래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그 팀에는 해리 케인이라는 영국 최고의 골잡이가 있었다는 점이 특별하다. 팀의 최고 골잡이로 존중받지 선수가 따로 있는데도, 리그 득점왕이 됐다. 손흥민의 골 넣는 장면은 총알같이 달려가고 난 뒤에 나온다. 한골 한골 쉬운 골이 없다. 전력질주는 손흥민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제 팀내 최고참이 된 상황에서도 그는 그렇게 뛰고 있다. 팀이 잘 지원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자면 또 죽기살기로 뛰어야 한다. 

 

오타니와 손흥민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탑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홈런만 쳐도 되는 오타니는 올해도 도루를 시도하고 게다가 투수까지 하려고 한다. 코너킥만 잘 차도 되는 나이 든 손흥민은 지금도 팀내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다. 다 갖고 있는 듯하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어쩌면 최선을 다해 뛰기 때문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지 모르겠다. 최고가 되기 위해 오타니가 어릴 때부터 실천한 수많은 원칙들, 꼬마 손흥민이 매일매일 차야했던 수많은 슛들은 사실, 일종의 전설이 됐다.

 

끝으로 골프 이야기. 며칠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는 펑펑 울어버린 로리 매킬로이. 그는 17차례 출전해 마침내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을 입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여기 오기까지 매년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저기 앉아있는 내 딸 포피에게 말하고 싶다. 너의 꿈을 포기하지 마라. 결코, 너의 꿈을 포기하지 마라. 다시 돌아보고, 계속 노력해라. 그러면 이룰 수 있다.”

 

그렇다, 우리의 꿈은 때로 황당해 보일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숨가쁘게 뛰고 끊임없이 도전하자. 오타니, 손흥민, 그리고 조니 킴처럼. 

 


최윤호 코스모스 타임즈 편집장

코스모스 타임즈는 2025년을 맞아 [주말칼럼]란을 신설, 'SF읽기'와 '우주시대 건강법' 등을 게재한다. '우주시대, 달리자'를 쓰는 최윤호 편집장은 우주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몸과 정신을 고양시키는 운동을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실천하면서 칼럼을 쓰고 있다. 20년쯤전 마라톤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바위산 등산, 트레일런을 생활화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태극권도 수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