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위험한 곳이라는 건 이미 충분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명백히 설명했어요. 하지만 아름답기도 하죠. 아주 숭고하고, 특이하고, 경이롭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임은 틀림없어요. 물질과 에너지의 찬란한 색채로 그려진 캔버스입니다. 물리학은 바로 그 캔버스 위의 붓이에요. 수 세기 동안 우주는 우리를 기다렸어요. 신비로움을 한 꺼풀 벗기면 새로운 신비가 드러나지요. 우주는 우리가 여행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주의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행성에 발이 묶인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한정적이므로 우주로 가야 합니다. 새로운 흙에 손을 넣어 보고 새로운 빛을 봐야 해요. 배우고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서요."(531쪽_마지막 경고)
일반인도 약간의 훈련을 거치면 우주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오래전부터 목숨을 건 도전에 기꺼이 나선 직업 우주비행사들도 있다. 눈앞에 다가온 우주비행시대, 우주여행을 한다는 것, 우주에서 생존한다는 것, 우주에서 삶을 마감한다는 것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가 발간됐다.
NASA 고문이자 미국 천체물리학자인 폴 서터(Paul Sutter) 교수가 쓴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이라는 책이다. 송지선 옮김, 오르트 출간 도서다. '경이로운 우주를 탐험하기 전 알아야 할 것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영어 원제목은 <How to Die in Space>다. 우주에서의 삶과 죽음은 결국 동전의 양면 같다는 암시처럼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 60여년간 인류는 우주를 향해 끝없이 한 걸음씩 내디뎠다. 지금도 NASA는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이미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 중이고, 일본 역시 달 착륙에 성공한 바 있다.
기존에는 정부 차원에서만 이뤄지던 우주탐사가 이제 민간 영역에 내려오면서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상업 우주 비행 프로그램을 통해 우주여행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는 이미 열린 것이다.
그렇다고 낭만적인 시선만으로 우주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우주는 위험한 공간이다. 그래서 럭셔리 우주여행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들의 도전에 찬사를 보내는 목소리가 더 큰 것이다. 목숨을 건 도전정신이 없다면, 아예 불가능한 것이 우주탐사이기 때문이다.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은 천체물리학자 폴 서터가 가르쳐주는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이다. 블랙홀이나 일반 상대성 이론은 물론이고 쿼크나 스핀이 등장하는 양자 역학 개념까지, 그동안 인류가 밝혀낸 과학적 지식이 총망라된다.
지구라는 품을 벗어나는 순간 우주 방사선 문제, 진공 상태, 운석과 충돌 위험, 중성자별과 암흑 물질 등 다양한 위협과 마주해야 한다. 진공이라는 단어를 그간 ‘진공청소기’로만 접한 일반인에게 ‘진공 상태’라는 말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람의 폐와 몸을 바짝 말려버리는 위력이다. 우주에서 우주복을 입지 않고 살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몇 초 수준이다.
지구에서 아름답게 보이던 유성도 거대한 재난이 될 수 있다. 유성은 모래만 한 운석이 시속 16만㎞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행성의 왕인 목성은 1994년 21개 조각으로 부서진 혜성의 공격을 받아 대기가 변하기도 했다. 이때 충격은 전 세계 핵무기 총량의 600배에 달하는 위력이다.
"이 물건이 얼마나 강력한 펀치를 날릴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그 에너지가 아주 작은 덩어리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그 에너지는 속도와 크기가 결합된 것입니다. 야구공 속구에 얼굴을 맞았다면 아마 그다지 좋지 않겠죠? 공의 크기가 그보다 좀 더 작아지면, 총 에너지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빨리 던져야겠죠. 총알처럼 말이에요. 총알로 얼굴을 강타당하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이제 총알보다 더 작게 만들어서 더 빨리 움직이게 하세요. 더욱더 작게, 그래서 더욱더 빠르게. 계속 작게 만들어서 기본 입자만큼 작아지면,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빨라질 거예요." (123쪽_피할 수 없는 우주선)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와 정확히 같은 곳인 표면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하는데요. 지평선이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간 이유는 지평선이 가장자리, 어떤 경계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행성 위에 서 있을 때 표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의 한계가 바로 지평선이죠. 그 너머에는 완전히 미지의 세계인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고요. 따라서 블랙홀의 지평선은 미지의 새로운 세계, 잠재적으로 알 수 없을 수밖에 없는 세계로 진입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사건’이라는 단어는 왜 붙었을까요? 글쎄요, 그건 그곳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겠죠. 파티 같은 이벤트 말이에요. 파티지만 여러분이 죽을 수 있는 곳입니다." (196쪽_미지의 블랙홀)
이처럼 위험이 가득하지만, 우리의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하는 곳이 바로 우주다. 그 우주를 탐험하고자 하는 용감한 사람들은 그 많은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일반인들도 우주시대에 동참하고 싶다면, 적어도 우주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그곳에서의 생존법 또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은 뉴스페이스 시대의 '상식'을 가르쳐주는 교과서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