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망원경의 궤도활동 35주년을 기념해 NASA가 공개한 4장의 기념비적인 사진들. / NASA, ESA
"허블 이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먼 우주의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5년 동안 우주의 모습을 지구인들에게 알려준 허블 우주망원경이 궤도진입 35주년을 맞았다. 1990년 4월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발사된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의 두툼한 대기 위를 공전하면서 전례 없는 선명함과 세밀함으로 우주를 관측할 수 있게 해줬다. 당시의 지상망원경보다 10배 이상 선명한 이미지로 천체의 경이로움을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35년 동안 허블 우주망원경 팀은 약 170만 건의 관측을 수행하여 2만2000편 이상의 과학 논문을 발표했고 400테라바이트 이상의 아카이브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많은 천문학자들을 위한 기본 데이터베이스가 확보됐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 유럽우주국 ESA는 허블 우주망원경 35주년을 기념하면서, 지난 1년 동안 허블이 포착한 이미지들 가운데 가장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사진 4장을 엄선해 선보였다. 지난해 12월말의 화성, 행성상 성운 NGC 2899, 로제트 성운, 막대 나선 은하 NGC 5335가 뽑혔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NASA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ESA 관계자는 최근 "허블의 유산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어수선해 보이는 우주에 대한 우리의 과거와 미래 지식을 잇는 다리다"면서 "허블 이전에는 거의 초기 단계까지 이어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 우주관을 접할 수 있는 세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우주가 연출해 낸 아름답고 큰 의미가 있는 4장의 사진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만나보자.
▶봄이 오는 화성, 스냅샷= 허블이 새로 공개한 화성 관측 결과, 자외선으로 눈에 띄는 얇은 물 얼음 구름으로 가려진 차가운 붉은 행성의 대기가 드러났다. ESA 성명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화성이 지구에서 약 6000만 마일(9800만km) 떨어진 곳에서 포착된 이 스냅샷은 화성 북반구에 봄이 도착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화성의 겨울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어 북극의 두꺼운 얼음층을 형성하는데, 봄 기온으로 인해 승화하면서 허블이 새로 공개한 화성 전망에서 자외선이 눈에 띄는 얇은 물 얼음 구름으로 덮인 서리가 내리는 붉은 행성이 드러난다.
왼쪽 이미지에는 화성 구름 위에 우뚝 솟은 거대한 올림푸스 몬스를 포함한 광활한 타르시스 고원과 그 휴화산 체인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은 동쪽 경사지를 따라 높은 고도의 저녁 구름과 남반구에 있는 시리스 메이저의 독특한 '상어 지느러미' 모양을 보여준다.
▶죽어가는 별이 우주에 나방을 조각하다= 나방 모양의 우주 이미지를 둘러싼 큰 적갈색 가스 구름의 우주 망원경 사진이다. 이 이미지는 남쪽 별자리 벨라에서 약 45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방 모양의 행성상 성운 NGC 2899를 보여준다. 수소와 산소로 물든 이 빛나는 구름은 중심에 있는 매우 뜨겁고 죽어가는 별에서 나오는 강력한 바람과 방사선에 의해 조각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두 개의 동반별이 가스 형성에 관여할 수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미지는 중앙 근처에 있는 두 개의 뾰족한 흰색 별을 보여주며, 약간 아래와 오른쪽에는 파란색 구슬을 확인할 수 있다.
▶로제트 성운에서 괴물 먹구름이 춤춘다= 빛나는 황록색 가스 구름 앞에 있는 거대한 암흑 가스 구름을 포착한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이다. 지구에서 약 5200광년 떨어진 로제트 성운의 역동적인 영역을 숨막히게 클로즈업된 사진이다. 성운의 밝은 배경에는 먼지가 섞인 수소가스로 이루어진 극명한 먹구름이 실루엣으로 그려져 있다. 이 밀집된 구름들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NGC 2244로 알려진 성운의 중심부에 위치한 에너지가 넘치는 큰 별들의 무리에서 방출된 강렬한 방사선에 의해 활발하게 조각되고 침식되고 있다.
프레임 오른쪽 상단의 눈에 띄는 어두운 구름 끝에 박혀 있는 젊은 별이 강력한 과열 플라즈마 제트를 적극적으로 방출하고 있다. 고속의 하전 입자 흐름은 주변의 차갑고 밀도가 높은 구름 물질과 충돌하여 충격파를 만들어 가스를 가열하고 뚜렷한 붉은 색으로 빛나게 한다. ESA 관계자는 배경을 가로지르는 옅은 색은 성운 내에 수소, 산소 및 질소 가스가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로제트 성운은 100광년에 걸쳐 있지만 이 이미지는 4광년 규모만 담고 있다.
▶중앙 핵을 가로지르는 밝은 막대가 있는 큰 나선은하= 이 놀라운 나선은하의 정면 이미지는 처녀자리에서 약 2억 250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막대나선은하 NGC 5335를 보여준다. 이 은하는 천문학자들이 '응집성' 구조라고 부르는 것을 보여주며, 원반 전체에 흩어져 있는 별 형성의 불규칙한 폭발을 담고 있다. 우리은하를 포함한 많은 나선은하와 달리 NGC 5335는 잘 정리된 팔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NGC 5335에 존재하는 희미한 구조는 은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뻗어나가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나선형 움직임을 보인다.
은하의 밝은 중심을 가로지르는 눈에 띄는 별과 가스 막대가 물질을 안쪽으로 유입시켜 새로운 별의 탄생을 촉진하는 형국이다. 이 은하 막대는 수십억 년에 걸쳐 형성되고 용해되는 일시적인 특징이며 은하의 약 30%에서 발견된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