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국방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과감한 삭감을 단행했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사인 항공우주국 NASA의 예산도 24.3%나 삭감했다. 그런데, 관심 가질 대목은 대폭 삭감 중에도 유인 우주탐사 관련 예산은 늘렸다는 것.
가령, 중국보다 먼저 달에 사람을 보낸다는 것과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비용을 늘리고, 무인 우주선을 통해 화성 샘플을 가져오는 것은 차라리 폐기한다는 식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날려보내는 일은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주인들의 우주생활에 관심을 더 갖게 되고, 우주인들의 식생활 문제해결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외 보도를 통해 우주인들의 먹거리 해결 노력을 정리해 봤다.
조니 킴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만든 우주햄버거. 고추장이 잔뜩 발라져 있다. / Jonny Kim, X
▶조니 킴의 기발한 우주레서피
현재 국제우주정거장 ISS에 머물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우주비행사 조니 킴(Jonny Kim)이 며칠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자신만의 '고향의 맛 햄버거' 레서피를 공개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순창고추장을 캐첩 대신 듬뿍 바른 스테이크 버거다. 미국 해군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으로 수많은 전투 경험이 있는 조니 킴은 전투식량으로 만들어 먹곤 하던 햄버거를 우주선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에다 특별한 입맛을 돋우는 고추장을 발라, 자랑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오랫동안 우주생활을 하면 굳이 우주 방사선이나 무중력으로 인한 신체적 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영양불균형과 운동 부족 상태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럴 때, 우주선 혹은 우주정거장에서 직접 경작하고, 직접 조리해서 먹는 음식이 있다면 외로운 우주생활에 조금이라도 활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 다양한 '우주인 음식'들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
▶우주에서 세포 배양해 대체육을?
지난 4월 21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한 과학실험 장비를 싣고 발사됐다. 영국 프런티어 스페이스(Frontier Space)사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연구진과 같이 개발한 우주배양실험실 ‘스페이스랩 마크1(SpaceLab Mark 1)’이다.
스페이스랩 마크1은 우주에서도 세포배양 방식으로 식품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장치다. 영국 연구진은 유럽우주국 ESA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유전자를 바꾼 미생물을 발효시켜 우주에서 단백질이나 지방, 탄수화물, 식이섬유 등 식품 원료를 만들고 원하는 모양과 맛을 내도록 가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런티어는 2년 내 우주정거장에 소규모 배양 식품 생산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포배양 방식으로 식품을 만드는 것은 이미 세포배양육(cell cultured meat)으로 상용화됐다. 배양육은 소나 닭, 또는 생선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근육세포로 분화시켜 만든다. 배양기에서 세포 수를 늘리고 3D(입체) 프린터로 층층이 쌓으면 고기 형태가 된다. 세포배양 닭고기는 이미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판매 중이며, 스테이크용 배양육도 영국과 이스라엘에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프런티어 스페이스는 “우주정거장보다 훨씬 먼 달이나 화성에 수십, 수백명이 먹을 식품을 로켓으로 배달하는 것은 비용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그보다 우주에서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영화 <마션>에서는 화성 표면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 youtube
▶우주에서 감자 키우고 된장 만들고...
영화 <마션> 때문에 화성에서도 감자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달에서 식물 재배에 성공했다. 충칭대 연구진은 2019년 1월 달 뒤편에 착륙한 창어(嫦娥) 4호에 식물 생육 장치를 실어 보냈다. 여기서 목화씨와 유채, 감자가 싹을 틔웠다. 충칭대 연구진은 “인류가 최초로 달 표면에서 진행한 생물 성장 실험”이라고 했다.
달 재배용 미생물 비료도 연구되고 있다. 중국의 한 연구진은 “달 토양에 특정 박테리아를 추가하면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우주선 안에서가 아니라 달과 외계행성에서 식물재배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덴마크 공대 연구팀은 우주정거장에서 일본식 된장인 미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4월 18일 국제 학술지 ‘아이 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0년 3월 된장 원료를 3개의 작은 용기에 넣어 각각 우주정거장, MIT와 덴마크 공대에서 30일간 발효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미소된장은 우리나라 된장처럼 콩을 발효시켜 만들어 감칠맛이 풍부한 식품이다.
우주 된장은 지구에서처럼 정상 발효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이가 있다면 매운맛과 감칠맛이 더 강했고, 견과류와 볶은 향도 진했다. 연구진은 이런 특징은 우주 미소 된장의 발효 과정이 지구보다 더 빨리 진행되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된장국에 고추장 반찬이 더해진다면, 우주생활이 훨씬 다이내믹해질 것이다.
▶다양한 우주음식 연구, 이젠 농어 양식도 시도?
달 토양에서 식물을 재배하듯, 달 기지에다 아예 양어장을 만들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있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달 기지로 농어 알을 무사히 보낼 수 있는지, 부화한 치어가 달 양식장에서 자랄 수 있는지 알아보는 ‘루나 해치(Lunar Hatch, 달 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해양연구소(IFREMER)의 시릴 프르지빌라(Cyrille Przybyla) 박사 연구팀은 4월 16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인 스페이스 테크놀러지’에 물고기 알이 우주에서 부화해 자랄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달 표면에 우주방사선이 쏟아지는 환경을 구현하고 유럽농어(학명 Dicentrarchus labrax) 알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우주방사선은 농어 알 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나 해치 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와 유럽우주국(ESA)의 지원을 받았다. 루나 해치의 1차 과제는 달에서 양식할 농어 알이 우주 비행 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 연구팀은 몽펠리에대의 위성 시제품 시험 장비로 러시아 소유즈 로켓의 발사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2023년 소유즈 로켓에 실은 조건에서 농어 알의 생존율과 부화율이 지구에 있는 것과 다른 바 없는 것을 확인했다.
온도를 바꿔 농어 알의 부화 시간을 조절해 미세중력과 우주방사선을 뚫고 달 양식장 수조까지 농어 알을 보낼 수 있음도 확인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제로 우주비행사가 수정란을 갖고 달 기지에 가서 농어를 키울 수 있다면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가능해지고, 이는 장시간 우주체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는 혁신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