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향해 떨어진다는 '코스모스 482'의 모습과 네덜란드의 위성 추적자 랄프 반더버르흐가 촬영한, 지구 궤도를 도는 소련의 금성 착륙선 코스모스 482의 망원 이미지. / NASA, space.com
0.5톤짜리 우주선 잔해가 5월 9~10일 지구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락시점이 다가올수록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우주쓰레기 문제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옛 소련의 금성 탐사선 ‘코스모스(Cosmos) 482’가 이번 주 지구로 추락할 전망이다. 지구보다 대기 환경이 혹독한 금성 탐사용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지구 대기권에서 타지 않고 지표면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천체물리학자들에 따르면 코스모스 482는 5월 9일이나 10일쯤 대기권에 재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이 각각 자신들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스모스 482는 1972년 3월 13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금성을 향해 발사됐으나, 엔진 고장으로 금성 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53년간 지구 주위를 떠돌던 우주선이다. 반세기가 지나며 동체 대부분은 우주로 떨어져 나갔고, 금성 표면에 내리도록 만들어진 착륙선만 남았다. 이 착륙선의 중량은 495kg으로 폭 1m짜리 원통 형태다.
최근 네덜란드의 위성 추적자 랄프 반더버르흐(Ralf Vandebergh)는 코스모스 482의 망원 이미지를 촬영했는데 일부 이미지에서는 낙하산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 낙하산이 이미 오래전에 펼쳐졌을 가능성이 높고, 현재는 기능을 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착륙 모듈은 지구로의 재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재진입 경로는 북위 51.7도에서 남위 51.7도 사이로,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이 포함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표면이 바다이거나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이기 때문에 인명 피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의 비영리 항공우주 연구 집단인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은 코스모스 482 추락으로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할 확률은 2만5000분의 1(0.00004%) 수준이라고 예측했다.
고장 난 위성 같은 우주 쓰레기나 유성이 지구에 추락하는 일은 잦지만, 대부분은 시속 2만5000㎞로 지구의 두꺼운 대기에 부딪히며 압력과 마찰열로 산산조각이 나며 사라진다. 하지만 코스모스 482는 이를 충분히 버텨낼 것으로 예측된다. 금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90배 이상으로, 지구 심해(수심 940m)에 해당하는 압력을 갖고 있다. 금성 표면 온도 역시 460도로 납을 녹일 정도로 뜨겁다. 코스모스 482 착륙선은 이런 금성 대기권을 돌파할 수 있게끔 티타늄 합금 등을 소재로 설계됐다.
이번 코스모스 482의 추락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현상이다. 만약 착륙 모듈이 지상에 무사히 도달해 어느 쪽에서든 회수하게 된다면, 이는 1970년대 소련 우주 탐사 기술의 귀중한 유산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주쓰레기 해결의 시급함도 보여준다. 유럽 우주국 ESA에 따르면 코스모스 482호와 같이 현재 지구를 궤도를 도는 ‘위성 쓰레기’는 약 3000개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