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지구 위협할 소행성
'금성 동반 궤도'에 숨어 있다?

상파울루대 연구팀, 궤도 변화 시뮬레이션 진행
일부 소행성 지구와 충돌·근접할 가능성 확인

파커 태양 탐사선에서 바라본 금성의 모습. / NASA, APL, NRL

 

금성 궤도를 따라 도는 소행성 집단이 지구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른바 ‘금성 동반 궤도 소행성(Venus co-orbital asteroids)’은 금성과 비슷한 경로로 태양을 공전하면서, 일부는 지구와도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최근의 한 연구가 주장했다.

 

이 소행성들은 지상 망원경으로는 관측이 매우 어렵다. 태양의 눈부심에 가려지는 탓인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근지구 소행성(NEA)'은 관측됐지만, 금성 궤도 내 소행성들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과학매체 기즈모도가 현지시간 27일 보도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확인된 금성 동반 궤도 소행성은 20여 개에 불과하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연구원 발레리오 카루바 연구팀은 금성 주위에 있는 소행성들이 ‘잠재적 위험 소행성(PHA)’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PHA는 폭 130m 이상, 지구 궤도 0.05천문단위(약 750만km) 이내로 접근하는 소행성으로, 지구에 충돌하면 도시나 지역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금성 동반 궤도 소행성들은 궤도가 불안정해 150년 정도가 지나면 예측이 어려워진다. 연구팀은 소행성의 궤도 변화를 3만6000년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일부가 지구와 여러 차례 근접하거나 충돌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 진행 중이며 현재 아카이브(arXiv)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아직 감지되지 않은 소행성 집단이 지구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이 같은 소행성들은 지구 기반 관측만으로는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팀은 금성 궤도에 우주 망원경이나 탐사선을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올 7월 가동 예정인 베라 루빈 천문대도 일부 소행성 포착에 도움을 줄수 있지만, 전체 집단을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금성 궤도 내 소행성의 존재는 태양계 형성 초기의 흔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 의미도 크다. 실제로 태양계 초기 금성 궤도 부근에서 형성된 소행성 일부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태양빛에 숨어 있다가 발견된 ‘행성킬러’급 소행성처럼, 아직 발견되지 않은 대형 소행성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금성 궤도 소행성의 실체를 밝히고, 지구에 미칠 위험을 평가하는 우주기반 감시체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