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추락한 달, 누가 갖지?” 1939년 소설의 경고

셰리프 원작 <추락한 달>의 교훈

소설 <추락한 달> 속 삽화

 

달이 지구에 추락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구멸망, 혹은 인류멸종이라는 비극적 결과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우주탐사가 실제로 진행되기 전인 2차세계대전이 벌어진 90년쯤 전에는 그렇게까지 모든 것이 끝나는 ‘세상의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 달은 가운데가 비어있는 구체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다에 추락한다면 강한 해일은 일어나겠지만, 지구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희망 섞인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런 전제 아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천체가 아니라 인간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그 무렵에 쓴 소설이 있다.

 

1939년, 아직 우주개발이나 달 탐사가 상상력의 세계에 머물러 있던 시기에 발표된 한 소설은, 달과 관련한 인간의 탐욕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달이 추락한다는 것이 아니라, 추락한 달을 놓고 인간의 탐욕이 벌이는 투쟁이 달 추락 그 자체보다 비극적일 수 있다는 경고다.

 

영국의 극작가 로버트 세드릭 셰리프가 쓴 ‘홉킨스씨의 회고록(The Hopkins Manuscript)’이라는 원제의 소설 ‘추락한 달’이다. 달이 추락했을 때 영국의 한 시골마을에 있던 홉킨스가 살아남았고, 그가 남긴 생존기록 형식이 바로 이 소설이다.

 

어느날, 달이 영국과 미국 사이 대서양에 떨어지고, 그 충격으로 수많은 사람들, 특히 영국 사람들이 죽지만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서서히 삶을 회복하면서 ‘추락한 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처음엔 관광자원으로 달을 활용하고, 그 다음엔 달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게 된다. 달 속에는 수많은 광물질이 있고, 석유도 있다. 엄청난 가치가 드러나면서 유럽의 국가들이 달의 소유를 놓고 다투게 된다. 결국 전쟁. 인간의 탐욕은, 특히 그 대상이 어마어마하게 클 때, 탐욕은 끝없이 강렬해지게 된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협정을 맺을 것 아닙니까.”

“물론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보고를 받자, 그 순간 정세가 바뀐 겁니다. 달은 하찮은 잡동사니가 아니라, 귀중한 자원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니까요. 석유는 달의 북쪽에 있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절반은 이 석유를 목숨을 내걸고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석유가 나오는 평원을 원하고 있고, 프랑스와 도이칠란트는 우라늄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영국은 달의 동쪽 반을 지나 지브롤터 해협에 이르기까지의 달의 통행권과 그 연안의 부분을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그러했듯이, 세계의 해양에서 영국의 살길을 찾아 왔으니까요. 그러나 달의 자원은 모든 나라의 소망을 채울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

“당신네들은 그런 분쟁에 대하여, 국가간의 협의를 하려하지는 않습니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협정은 안 됩니다. 어느 나라고 양보하려는 나라는 없으니까요.”

 

소설 ‘추락한 달’이 인간의 탐욕, 국가의 탐욕에 대해 경고하는 대목이다. 현대사회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경고다. 한가지 다른 것은 달이 지구에 추락하지 않더라도 현실은 하늘에 떠있는 달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탐욕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르테미스 협정이라고 불리는 달 개발과 소유권에 대한 다국간 협정이 몇몇 국가와 기업의 달 구조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한다면, 하늘에 떠있는 달이 전쟁을 부르는 요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유럽의 ‘작은 세계대전’은 이제 달에 국한되지 않고 기존의 영토를 넘어 타국으로 전진해 들어가는 본격적인 전쟁으로 진행되고, 달 추락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를 낸 지구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공포의 행성이 되어 간다.

 

생존자 홉킨스 씨는 런던으로 옮겨가 빈 집에 머물며 생존일기를 1년간 계속 쓴다. 그가 목격하고 듣는 소식은 전쟁터로 옮겨져 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뿐. ‘날마다 굶주림에 시달리며, 나는 죽음과 같은 고요 속에서, 책상 앞에 앉아 부지런히 이 수기를 써 온 것이다.’

 

생존의 목표를 마련해 준 수기쓰기가 1년에 이르게 되자, 그는 더 이상 삶의 의욕을 유지하기 힘들다. 작은 쇠붙이 상자에 자신이 쓴 수기를 담고 묻기로 한다. 마지막 페이지가 완성되고, 이제 이 쇠붙이 상자를 묻는 일만 남았다.

 

홉킨스 씨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는 “이 암흑 시대가 언젠가는 다시 밝고 행복한 나날로 바뀌도록 빌기로 하자”고 마음 먹으며 글을 맺는다.

 

자, 어떤가. 이제 당신의 마음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기는가, 혹은 의심의 구름이 더 짙고 검어지는가.

 

**이 글의 <추락한 달> 인용문은 강민 번역 PDF 공개본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