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에 히틀러의 기지가?

달에서 발견된 용암동굴이 소환한 '달 음모론'

2017년 일본항공우주국 JAXA는 우주에 기지를 설립할 수 있는 거대한 수직동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름이 100m에 이르고 깊이 100m 정도되는 곳으로 달 표면 ‘마리우스 언덕(Marius Hill)’으로 불리는 곳에 있는 동굴이다.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동굴(용암튜브)로, 무려 500km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JAXA의 ‘가구야’ 우주선이 촬영한 것을 연구해 2017년에 널리 발표된 이 동굴 안 그림자에 덮여 있는 부분의 온도는 거의 변함없이 17℃로 쾌적한 상태. 밤낮 기온차가 약 300℃에 이르는 달 표면으로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 온도는 용암튜브 내부가 같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돼 달 개발 기지의 우선 후보지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과학적 발견이 오래된 음모론을 다시 흔들어 깨웠다. 깊은 수직동굴에 히틀러의 나치기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달의 뒷면 슈뢰딩거 크레이터에 설립된 나치기지가 등장하는 영화 ‘아이언 스카이’의 한 장면.

 

달 음모론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치부되는 ‘달의 뒷면 나치 기지설’은 아폴로11호가 달을 탐사하기도 전부터 나돈 역사 깊은 음모론이다. 이 음모론의 기원은 나치의 정밀하고 거대한 탄도로켓 기술.

 

히틀러의 독일은 2차세계대전 패전 직전까지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인 V2로켓을 개발해 런던 공격에 활용했으며 V2로켓 개발 책임자였던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박사와 기술진들은 나치 패망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나사(NASA)의 창립멤버가 됐다. 브라운 박사는 전후 냉전기 미국의 우주계획인 아폴로계획의 책임자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이끌기도 했다.

 

V2로켓은 전후 약간 개량돼 실제 우주로 쏘아올려지기도 했다. 미국의 머큐리 우주선의 초기형태가 이 V2로켓을 약간 개량한 것이며 위성발사체로 만든 주피터 시리즈 역시 V2로켓을 기본 모델로 한 로켓이다.

 

이같은 기술력을 갖고 있던 나치는 2차대전 패전 후 탄도로켓 기술을 활용해 달 탐사에 성공했고, 달에 대규모 기지를 건설했으며 그 기지가 달의 뒷면 지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음모론이 바로 ‘달 뒷면 나치기지설’이다. 그래서 NASA가 달의 뒷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여지면서 그럴 듯하다는 평가를 얻었고, 수많은 SF판타지에 동원되어 왔다.

 

나치 달 기지를 모델로 한 판타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2012년 개봉한 SF 코믹영화 ‘아이언 스카이(Iron Sky)’. 영화 속 나치 기지는 달의 뒷면 ‘슈뢰딩거 크레이터' 안에 건설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으로 유명한 그 슈뢰딩거 이름을 딴 크레이터에 기지를 세우고, 지구를 침공해 2차대전 패망의 복수를 시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플라스틱 모델로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우네부’ 비행접시.

 

여기에 덧붙여 일부 음모론자들은 나치 독일이 패망 직전에 우리가 흔히 아는 UFO 형태의 우주선을 개발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 우주선은 '하우네부(Haunebu)'라고 불린 원반형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을 타고 달에 정착, 식민기지를 건설했고 독일 본국이 패망하자 잔당들이 아직도 달 기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음모론의 내용이다.

 

이같은 음모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과학자들은 없지만, 달에 생명체가 있거나, 사람이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거주하기 적합한 지형이 발견될 때마다 우리는 우주 생명체 혹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또다른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