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강 생명체 '곰벌레'
달에서 잠자고 있다고?

이스라엘 달 착륙선 브레시트가 달에 추락하면서 남긴 흔적이 오른쪽 사진 가운데 보인다. / NASA

 

지구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생명체를 꼽는다면, '곰벌레' 혹은 '물곰'이라는 이름의 아주 작은 생물이다. 영어로는 'water bear'라는 '완보동물'. 물과 먹이가 없어도 오래 살고, 아무리 뜨겁고 차가워도 거뜬히 버텨내는 괴물같은 생명력을 가진 생물이다. 이 '지구상 최강의 동물'이 달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떻게? 

 

물곰이 달에 살고 있다는 설(說)의 배경은 이렇다.   

 

2019년, 이스라엘의 민간기업 스페이스일(SpaceIL)은 국영기업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 IAI와 함께 달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를 쏘아 올렸다. 베레시트는 당초 달 북위 25도, 동경 15도인 ‘맑음의 바다(Mare Serenitatis)’ 북동쪽 지역에 착륙을 시도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행된 착륙 과정은 처음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고도 7km 지점에서 엔진이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작동을 재개했으나 고도 150m 지점에서 통신까지 끊기면서 결국 착륙에 실패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네번째 달 착륙 국가로 올라서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이스라엘의 무인 달 탐사선 베레시트가 추락한 지점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일명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atis)’로 불리는 달 표면 지점이 이전과 달리 훼손되어 있는 사진을 통해, 이스라엘의 베레시트의 추락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NASA는 설명했다. 이 글의 맨 위에 있는 '비포&애프터' 사진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달 탐사선 착륙은 안타깝게 실패로 돌아갔지만, 베레시트의 불시착은 단순히 달 표면에 작은 흔적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당시 베레시트에는 완보동물인 곰벌레 수천마리가 실려 있었다. 길이 1mm가 채 안되는 작은 몸집에 다리가 8개인 이 동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생명력이 질긴, 이른바 ‘지구 최강’ 생명체다.

 

 

NASA는 곰벌레의 생명력 실험에 대한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 NASA

 

곰벌레는 얼려도, 끓여도, 굶겨도, 치명적인 방사선을 쪼여도 죽지 않는 생명력을 자랑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음식이나 물 없이도 최장 30년동안 살 수 있고, 최저 영하 272도C, 최고 영상 150도C의 극한 기온, 심해저의 6배에 이르는 압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수분 공급 없이 10년을 살 수 있으며, 진공상태에서도 살 수 있다. 신진대사를 멈추고 휴면 상태로 120년간 지낸 곰벌레가 발견된 적이 있을 정도니, ‘지구 최강의 생명체’라는 별칭이 과하지 않다.

 

베레시트가 추락한 것이 2019년이니, 아직 5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탐사선이 추락한 ‘고요의 바다’에 베레시트에 실려간 곰벌레가 일부라도 살아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같이 궁금한 일이 생기니, 이를 확인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연구로 실천한 과학자들이 있다. 영국 켄트대 과학자들은 베레시트의 추락 충격을 이겨내고 곰벌레들이 살아남았을지 실험했다. 실험 결과 밝혀진 곰벌레의 생존 한계는 초당 900m(시속3240km), 충돌 압력 1.14기가 파스칼(GPa). 그 이상에서 곰벌레들은 모두 바스라졌다. 이 영국 과학자들은 추락의 여파로 곰벌레들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같은 결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추락 당시의 모든 물리적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충격을 줄여주는 장치들이 작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베레시트 추락 지점에 여전히 수천마리의 물곰이 동면상태로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훗날 다시 깨어나 ‘달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최초의 지구 생명체’ 타이틀을 획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곰벌레가 잠자고 있을 수도 있는 달의 그 지점 '고요의 바다'를 소개해 본다. 우리나라 넷플릭스 드라마(위 사진)로도 나온 적 있는 '고요의 바다'는 아폴로11호가 착륙한 장소이고, 달 탐사의 단골 착륙지점. 드라마 속에서 달 기지가 있는 것은 어느 정도 근거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달에 '바다'가 있고 그 바다가 지구의 바다와는 다른 검은 색으로 보이는 평원지대를 이르는 용어라는 것을 한국인들에게 알렸다는 공로도 있다.  

 

'고요의 바다' 중에서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지점은 북위 0.8°, 동경 23.5° 지점은 ‘고요의 기지’로 명명되었다. NASA는 고요의 기지 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해 달 탐사국들에게 고요의 기지 인근을 탐사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우주조약’에 따라 달에 대한 권리는 특정 국가에 귀속될 수 없으므로 강제성은 없는 '부탁'에 가깝게 인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