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우주여행 티켓 판매?
국내선 티몬 만우절 이벤트!

팬암의 Space Clipper 모형과 '달 여행 클럽' 멤버 카드. / National Air and Space Musium

 

2023년말 일본의 한 민간기업에서 우주여행 티켓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장래우주수송시스템'이 2040년에 우주여행을 하는 티켓을 수천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갤럭틱은 우주관광객을 태운 첫 상업 비행을 2023년에 성공했다. 민간 영역에서의 우주 관광이 드디어 실현되고 있는 것. 머지않은 장래에 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우주 관광 상품’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시점이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일은 따로 있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도 더 전인 1969년에 달 여행을 홍보하며 여행 프로그램을 판매한 항공사가 존재했다. 지금은 사라진 미국의 항공사 ‘팬암’이 1969년 달 여행을 홍보하며 여행 프로그램의 신청을 받았다. 미국 정부가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을 때다. 아직 누구도 달에 도달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아폴로 프로젝트의 인기를 업고 달 여행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당시 팬암은 그만한 기술력도 없었고, 자본력도 충분하지 않았으니, 누구도 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팬암은 그 무렵,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하고, 보잉 747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등 항공 산업에서 개척자 역할을 자임했기 때문에 언젠가 인류가 달을 여행하게 된다면 최초로 우주 여행편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행 일정이나 프로그램 참가비 등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람들은 달 여행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팬암은 달 여행 프로그램을 신청한 고객들에게 ‘최초의 달 여행 클럽(First Moon Flights Club)’에 소속된 회원임을 인증하는 카드와 함께 대기 순번이 적힌 편지를 보내줬다.

 

이 실체 없는 서비스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초기 200여 명에 불과했던 신청자가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 탐사에 성공한 후에는 2만5000명까지 증가했다. 예약을 종료한 시점인 1971년에는 신청자가 9만명 이상이나 쌓였다. 3년만에 9만명이니 하루 평균 100여명의 사람들이 달여행 프로그램에 신청한 셈. 예약금 등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팬암을 널리 알리고 최초에 도전하는 항공사로 브랜딩하는데는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티켓몬스터가 만우절 이벤트로 내건 '민간 우주여행' 소개 페이지.  / 티몬

 

국내에서는 해프닝 성격의 달 여행 마케팅 사례가 있다. 오픈마켁 티켓몬스터, 티몬에서 만우절 이벤트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2014년 티켓몬스터 공식홈페이지에는 ‘소셜최초! 우주여행 패키지’라는 제목으로 1억원이 넘는 거액(104,320,000원)의 상품이 올라왔는데, 해당 상품에서는 달은 물론이고, 화성, 금성, 수성 여행 패키지가 상품으로 소개됐다. 티몬은 10억 원 이상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되는 소비자를 위해 240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도입해 매달 최소 43만원의 비용을 내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발한 상품 소개에는 판매 숫자도 붙어 있었다. 당시 이 상품 아래에 '남은 시간은 앞으로 3일'이라는 문구까지를 붙여놓고는 현재 판매완료 숫자를 3만8964개로 소개하는 등 만우절 홍보를 실제처럼 만들려고 애를 써 화제가 됐다.  
 

규모와 사실성의 차원은 다르지만, 팬암이나 티켓몬스터의 이러한 마케팅이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주여행이라는 소재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려 미래에 대해 꿈꾸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우주여행이 현실 속에서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 자, 이제 우리도 우주여행을 준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