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11호와 함께 달에 간 시계
최초의 'Moon-Watch'를 아시나요?

 

#1. 2023년 12월 홍콩. 한 부티크 오픈 행사에 까만 드레스를 입은 세련된 여신 같은 한소희가 나타났다. 전설적 기록들을 남기고 있는 시계 '오메가(OMEGA)' 글로벌 앰배서더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 드레스와 구두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손목시계. 한소희는 화려한 액세서리 대신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시계를 착용했다. 오메가 ‘컨스텔레이션 34mm 세드나ᵀᴹ 골드 및 레더 스트랩' 옵션의 제품. 무려 3760만원이다. 여신처럼 돋보인 배우의 손목에서 황금빛 보름달처럼 골드 테두리의 오메가가 빛나고 있었다.

  

 

#2. 아폴로11호. 달에 착륙한 첫 인류. 그들이 달에까지 가지고 간 손목시계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다. 아마도 최초의 본격적인 '달 마케팅'이 된 오메가 시계는 사실 계획적으로 마케팅 작업을 한 것이 아니다. NASA에서 시행한 강도 높은 테스트를 오메가 시계가 통과했을 뿐이다. 우주라는 극한의 환경에서의 변수들에 대비할 수 있을만한 기능테스트를 통과한 '스피드마스터'는 아폴로 조종사들의 시계가 되어 달에 착륙했으니, 잘 만들어서 강한 마케팅 효과를 얻은 것이다. 

 

스위스의 고급 시계 브랜드 오메가. 이미 너무 큰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홍보가 따로 필요하지도 않을 정도의 명품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최고의 기능, 최고의 가치, 최고의 멋을 지녔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 당연히 모델 혹은 홍보 앰배서더를 정할 때도 그런 기준에서 정하고, 기능을 입증하는 이벤트가 있을 때도 그런 기준에서 응하게 된다. 

 

달에 처음 착륙한 사람들이 찬 시계 오메가, 즉 '첫 달 시계(the First Moon-watch)' 스토리도 그런 관점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메가는 '달 마케팅(Moon Marketing)'의 수혜를 본 최초의 민간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제품이 바로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이다. ‘문 워치(Moonwatch)’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기도 한 이 제품 라인은 1965년 이후 모든 유인 우주 임무에 대한 NASA의 비행 자격 허가를 받은 유일한 기계식 시계다.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는 달 표면에서의 선외 활동을 한 첫번째 시계이자 달에 간 첫번째 시계로, 인류의 우주 개발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 오메가의 입장에서는 '마케팅'이라기보다는 '기능확인'이었다. 오메가가 NASA에 스폰서 역할을 하면서 돈을 댄 것이 아니라, 무중력 상태와 미세중력 상태에서의 안정성, 우주입자의 비행 속에서 안전성 등 변수들에 대비하기 위해 NASA가 시행한 매우 강도 높은 테스트들 끝에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가 살아남아 '우주시계'로 채택되었기 때문. 그래서 오메가는 더 큰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진정한 '시계의 강자' 타이틀을 NASA로부터 부여받은 셈이니까.

 

오메가의 제품라인인 스피드마스터는 강한 인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57년 처음 세상에 나온 스피드마스터는 카레이싱용 크로노그래프(초시계). 아주 미세한 시간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카레이싱의 승부를 판가름하기 위해 만든 시계였다. 1964년 NASA가 유인 우주비행에 사용할 시계를 찾을 때는 몇개의 다른 브랜드 시계와 함께 후보가 됐으나, 스피드마스터가 선택됐다. 이 시계가 세상에 나온지 60년이 되는 2017년에는 오메가에서 이를 기념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달에 간 시계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뿐이 아니다. 하나는 아폴로 15호의 미션 때 사용된 시계다. 이 때 선장이었던 데이브 스콧의 문워치가 별다른 기술적 문제가 없이 크리스털 글라스가 사라진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스콧은 달 표면의 선외 활동에서 백업 시계를 착용했는데 바로 부로바의 크로노그래프 시계, ‘루나 파일럿’이다. 이 시계는 스콧의 개인 시계였다. 문제는 해당 시계는 임무 당시 미발매 상태의 시계였다는 것. 이전에도 NASA에서 스피드마스터를 지정하기 전까지 부로바가 적극적으로 선택에 나선 적이 있기 때문에 스콧이 부로바의 미발매 시계를 가져간 의도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었다. 아폴로 15호의 임무 당시 ‘우표 스캔들’ 등 우주비행사들의 사익추구로 인한 구설수가 있었기 때문에 이 또한 합리적 의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스콧이 착용했던 시계는 2015년도 RR 옥션에서 무려 162만5000달러에 판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