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지명에 붙은 인명(3)
'달의 도시' 발견 그뤼튀젠

 

2024년 1월 8일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아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가 쏘아올린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Peregrine)’은 현지 시각 9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최종 임무 실패를 선언했다. 미국에서 52년만에 쏘아 올린 달 탐사선이었지만 결국 달에 착륙하지는 못하고 말았다.

 

이 ‘페레그린’의 최종 착륙 목표는 바로 그뤼튀젠 돔 근처의 어두운 평원.

 

페레그린은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상업용 달 착륙 서비스(CLPS)’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탑재물을 싣고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었다. 페레그린의 여러 임무 중 하나는 그뤼튀젠 돔 지형의 암석을 채취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그뤼튀젠 돔 지형이 지질학적으로 여러 가지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그뤼튀젠 돔은 그뤼튀젠 크레이터 인근에 형성된 지형을 일컫는 말로, 'Mons Gruithuisen Gamma 지형'이라고도 이름 붙여져 있다. 이 지형은 그 지질학적 구성이 규산인 것으로 의심되어왔는데, 문제는 어떻게 그러한 규산 마그마가 달에서 형성될 수 있었는가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 지구상의 규산 화산은 일반적으로 물과 판 구조라는 두가지 성분이 존재할 때 형성되는데, 달에는 둘 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규산이 풍부한 마그마가 달에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론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수수께끼를 정확하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실제 암석 샘플의 채취가 필요했고, 이 임무를 위해 NASA에서 페레그린에 그뤼튀젠 돔의 암석 채취 임무를 맡긴 것이다.

 

서쪽으로는 폭풍의 대양, 그리고 동쪽의 비의 바다를 잇는 구간에 위치한 그뤼튀젠 크레이터. 이 지형의 지질학적 미스터리와 관련해서는 이 지형에 붙여진 이름을 가진 천문학자와 관련된 일화가 존재한다.

 

의사이자 천문학자였던 그뤼튀젠(Franz von Paula Gruithuisen)은 달을 관측하던 도중, 그뤼튀젠 크레이터와 그 주변을 형성하는 독특한 지형을 보고 달에 있는 도시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누군가 달에 성벽 같은 것을 지어 놓았다는 것. 성벽의 북쪽으로는 얼핏 별 모양처럼 보이는 또 다른 구조물이 있고 이는 거주자들이 건설한 사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혁신적인 주장은 처음 학계의 엄청난 이목과 지지를 받았다. 수많은 대학이 그에게 손을 내밀어, 그는 뮌헨 대학의 천문학 교수가 되어 연구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지형은 한 달 중 특정한 시기에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 대해 누구도 교차검증을 해내지 못했고 그와 관련된 연구는 결국 사장되기에 이르렀다.

 

페레그린의 착륙 실패로 인해 그뤼튀젠 돔의 암석 채취는 당장 실현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이 독특한 달 지형에 대한 미스터리도 밝혀질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