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남극의 인류 전초기지
'제임스타운'에 한국인이?

애플TV+ 드라마 ‘포 올 맨카인드' 속 섀클턴 크레이터

다누리에 탑재된 섀도우캠이 촬영한 달의 섀클턴 분화구 내부 모습. / NASA,KARI

 

1971년,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 15호는 달의 남극에 착륙한다. 이 탐사선에 탑승한 사람 중 하나인 여성 우주인 몰리 콥은 달의 남극에 위치한 섀클턴 크레이터 안에서 얼음을 발견했다. 얼음은 물의 존재를 뜻하고, 생명체가 없더라도 생명체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 섀클턴 크레이터는 달 탐사의 전초 기지가 될 수 있는 장소로 특칭되었다. 2년 후, 미국의 달 기지 모듈 '제임스타운'이 섀클턴 크레이터에 도착하게 되고 미국은 달 기지 운영을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소련에서도 '즈베즈다' 달 기지 운영을 시작한다.

 

1970년대에 인류가 달 기지 건설에 성공했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 앞의 이야기는 애플TV+의 오리지널 시리즈,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의 내용이다.

 

'포 올 맨카인드'는 2019년부터 애플TV+에서 방영한 대체역사, SF 드라마. 유명한 소련 로켓 공학자 코톨료프 박사가 암 수술에 성공해 살아남았고,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가 실패의 후폭풍을 두려워하며 달 탐사 계획에 적극적이지 않자 소련이 미국을 앞서서 최초로 달에 착륙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드라마 속 세계는 이렇다. 소련의 잇따른 성공에 자극받은 미국이 우주경쟁에 이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우주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1971년 달의 섀클턴 크레이터에서 얼음을 발견하게 되면서 달에 우주 기지를 세운다. 실제 역사보다 수십년 이상 우주기술이 발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아래서 NASA 우주인과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속에는, 페이퍼 플랜으로만 끝났던 '시 드래곤(Sea Dragon)' 초대형 우주발사체, 그리고 섀클턴 크레이터에 설치된 제임스타운 달기지 등이 등장한다. 그런데, 아주 놀라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성 최초의 인류는 미국도, 소련도, 중국도 아니었다?!

 

이 드라마는 2023년 8월 시즌3가 완결되고 11월부터는 시즌4가 진행되고 있는데, 시즌3의 내용 중 한국인이라면 다소 흥미로울 수 있는 스토리 전개가 나온다(이후의 내용은 ‘포 올 맨카인드’를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니, 알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읽지 않는 것을 권한다).

 

작중 1990년대. 이미 1970년 대에 달 기지를 건설하는 데 성공한 인류의 우주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달에 매장된 헬륨3 등의 자원 연구를 통해 화성까지 우주선을 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과 소련, 그리고 민간 기업 3곳이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소련과 미국 우주 비행사가 동시에 화성에 착륙한다.

 

소련과 미국의 우주비행사가 동시에 화성에 착륙하면서 이념 갈등이 끝나고 화합의 장이 열리는가 싶었는데, 화성 탐사를 진행 도중 이미 미국이나 소련보다 먼저 탐사선을 출발시켜 착륙한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서 만난 우주인은 동양인.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중국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류 최초로 화성에 사람을 착륙시킨 나라는 소련도, 미국도, 중국도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이었다. 인류 최초로 화성에 착륙한 인간의 이름은 '리중길'.

 

작중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우주개발에 전념했고, 미국과 소련이 화성 탐사선을 보낸다는 소식에 먼저 탐사선을 발사한다. 대외적으로는 무인탐사선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유인탐사선이었고 인류 최초로 화성 땅을 한국인 우주인이 밟게 된 것이다. 

 

드라마 '포 올 맨카인드' 속 최초의 화성 착륙 우주인 '리중경'.

 

얼음-물 존재 가능성 큰 크레이터, 섀클턴

 

'포 올 맨카인드'가 대체역사, 가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허황된 사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의 아르테미스 미션, 중국의 창어 계획 등의 달 탐사 목표 지점이 모두 달의 남극으로 잡혀있다. 이는 이곳이 대부분의 시간이 그늘에 가려져 있어 온도의 변화가 적고 드라마 속 섀클턴 크레이터에서 얼음을 발견했던 것처럼 실제로 얼음,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

 

일부 크레이터는 중국과 미국의 달 착륙 목표 후보 지점이 겹칠 정도로 탐사 열기가 뜨겁다. 드라마의 내용에서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실제로 섀클턴 크레이터에 달의 전초기지가 건설될 가능성이 충분히 크다는 뜻이다. 

 

중국이 곧 달의 남극 뒷면에 무인우주선을 착륙시키고, 미국이 그 뒤 유인우주선을 남극으로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는 요즘, 드라마 속 상상의 세계가 현실 속에서도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