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탈리아 그 산맥이?
달에도 아펜니노 산맥이 있다?!

 

로마의 영광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 그 한가운데 척추같이 자리잡은 산맥이 있다. 아펜니노 산맥이다. 길이는 약 1200km, 너비는 30~250km이다. 최고봉은 코르노그란데산으로 2912m다. 아펜니노는 켈트어로 ‘산봉우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산맥을 횡단하는 1만8519m의 아펜닌 터널은 세계 제3위의 긴 터널로 로마와 밀라노를 잇는 간선철도가 통과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주요한 강들이 모두 이 산맥에서 발원한다. 이탈리아 국토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관통하고 있는 산맥이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척추’라 불린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태백산맥’과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북부에는 이 아펜니노 산맥을 사람으로 형상화한 거대 조각상이 있다. '아펜니노 콜로수스(Apennine Colossus)'라 불리는 이 11m짜리 조각상은 이탈리아의 유명 조각가 잠볼로냐(Giambologn)가 1579~1580년에 만들었다. 겉으로는 험준한 산의 모습을 한 것 같은 이 조각상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는데, 조각상 안에 여러개의 방이 존재한다는 것. 왼손이 들고 있는 괴물은 지하로부터 물을 뿜어내고, 머릿속 공간에서 불을 피우면 콧구멍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아펜니노 산맥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산맥이 달에도 있다. 

 

달의 아펜니노 산맥(아페닌 산맥, Montes Apeninius)은 그 형태적인 특징 때문에 이탈리아의 아펜니노 산맥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형성 연대는 약 39억년 전으로, ‘산맥’이라 이름 붙여진 것처럼 여러 이름붙여진 산봉우리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몬스 헤들리 델타(Mons Hadley Delta)와 몬스 헤들리(Mons hadley)다.

 

아펜니노 산맥의 이 두 봉우리는 아폴로 15호의 달 착륙 미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아폴로 15호의 첫 달 표면에서의 선외활동 미션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월면차를 타고 헤들리 델타의 산기슭에서 달표면 실험 패키지의 전개를 진행했다.

 

아폴로 15호는 달표면 선외활동으로 총 18시간 34분 46초를 보냈는데, 이때 우주인들은 선장 데이빗 스콧과 달 착륙선 조종사 제임스 어윈이다. 이들은 합계 77kg의 달 표면 샘플을 채취했다. 더불어 의미있는 퍼포먼스도 같이 수행했는데, 그 동안 NASA와 소련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임무 수행 도중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고자 이들의 이름이 적힌 알루미늄 판을 해들리 산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그런데, 아폴로 15호 우주비행사와 관련해서는 황당한 후일담이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NASA의 허가 없이 우표를 몰래 우주선에 숨겨서 가져갔다가 지구 귀환 후 ‘달에 다녀온 우표’라고 비싸게 팔아먹을 궁리를 한 것. 하지만 이 사건은 중개업자와의 분쟁으로 인해 탄로나게 된다. 거기에다 더해 지나치게 사적이거나 보고하지 않은 선외활동, 사익 추구 등의 사건사고가 밝혀졌고, 달 탐사의 상업성 논란으로까지 불거질 수 있었기에 이 팀은 이후 우주 비행 자격을 박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