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중국 월면차가 성조기를~
현실? 아니, 드라마!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 속 미-중 달기지 경쟁

 

#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던 곳. 고요의 바다. 그곳에 ‘미국 우주군(Space Force)’이 미국을 대표해 유인 달 탐사에 다시 도전한다. 50년 전 아폴로의 달 착륙을 떠올리며 고요의 바다에 다시 착륙하려고 하던 그때, 달에는 이미 중국의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전초기지가 구축되어 있었다. 달에 착륙하려는 미군의 착륙선에게 중국의 달기지 사령관은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착륙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거기에 더해 중국은 고요의 바다에 꽂힌 미국의 성조기를 월면차로 밀어버리는 영상을 전세계에 전송하며 미국을 조롱하고, 중국의 달기지 사령관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전부 가짜이고 당시의 우주비행사들 역시도 모두 배우라고 주장한다.

 

자, 사실 같은가 픽션 같은가? 위의 내용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출시된 코미디 SF드라마 ‘스페이스 포스(Space Force)’의 내용이다. 급조된 미합중국 우주군의 참모총장으로 등용된 주인공이 공군 해군 등 다른 군종과 갈등을 겪고, 정치인들의 다툼 등 각종 문제들을 겪으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주영화지만 풍자적 요소가 큰 미국식 블랙코미디라고도 할 수 있는 대목.

 

드라마 속 미합중국 우주군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눈에 보이는 업적 하나 남기는 데에 혈안이 된 대통령 때문에 급조된 조직으로 묘사한다. 당장 작중에서 묘사되는 우주군 정복, 전투복부터가 우스꽝스럽게 디자인되었는데, 전투복의 무늬를 자세히 살펴보면 ‘달 표면’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드라마 속 세계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도 한발 빠르게 달 기지를 구축하고 달에서 얻을 수 있는 신에너지를 불법 채굴(명목상은 연구)하고 있다. 미국 측은 이것이 달에 대한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따지지만 중국은 “미국은 참견하지 말라”고 일축해버린다. 이 내용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영유권 갈등과 관련하여 “미국은 참견말라"고 중국이 주장한 외교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중국 “미국, 남중국해 문제 간섭말라” 경고, 2023년 12월 28일 각매체 보도 참고).

 

SF드라마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코미디 장르이기 때문에 작중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과학적인 고증은커녕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도 많다. 미국 우주군도 결국 달 기지 건립에는 성공을 하게 되는데, 중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중국군 달 기지를 공격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진다. 작중 주인공인 우주군 사령관 마크 네어드는 세계 평화를 위해 가져간 무기들을 분해해서 공사용 자재로 써버리는 방법으로 항명을 하지만, 공군참모총장이 우주군 사령부로 쳐들어와서 무기가 없으면 렌치라도 들고 가서 중국군 기지를 파괴하라고 명령한다.

 

미국 우주군은 결국 중국군 기지의 주요 설비들을 파괴하는 임무를 완수하지만 기지로 복귀하는 길에 중국군 차량과 마주치게 되는데, 알고보니 중국군도 이미 미군 기지를 파괴하고 돌아가는 중이었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이어지는 시즌2에서는 중국군과 함께 지구로 무사 귀환한 후 새로운 행정부의 방침으로 인해 우주군의 존재 가치를 4개월 안에 증명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미국 우주군을 소재로 한 코믹드라마라는 상당히 독특한 내러티브와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안타깝게도 넷플릭스의 자금사정을 이유로 시즌3 제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작중에서 드러난 미국 우주군과 중국의 갈등은 ‘우주굴기’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우주 기술에 대한 미국의 경각심을 일부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중국은 실제로 우주정거장 톈궁을 완성하고, 2024년 무인 달 탐사선 창어 6호의 발사 성공에 이어, 창어 7, 8호의 발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최종적으로 2030년까지 유인 달착륙이라는 목표로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점과 계획이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과도 맞물려, 작중에서 나오는 내용처럼 달 전초 기지 건설과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우주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든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