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대비한 세포저장소
'노아의 방주' 달에 짓자고?

지구에 대재앙이 닥칠 때를 대비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인 스발바르 종조저장소(아래사진). 이제는 달에 종자를 보관하면 오히려 자연환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라는 과학자들의 제안이 나왔다. / space.com

 

 

지구에는 약 800만 종의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중 100만 종 이상의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자연적 멸종위기뿐 아니라 지구적 대재앙이 발생했을 때 살아남은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재생을 위해 식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 종자보관소는 현재 북극점에서 1300km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 섬에 건설된 종자저장소이다. 여기에는 곡물들의 씨앗이 주로 저장되어 있고, 놀랍게도 우리나라 경북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있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에는 주로 야생식물 종자가 보관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인정한 국제종자금고는 이 두 곳밖에 없다. 

 

그런데, 달에 달기지를 짓고 인간거주 단지를 추진하는 시대를 맞아, 이같은 '노아의 방주'를 달에 짓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십억년에 걸쳐 형성된 달의 한랭지를 이용해, 지구의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냉동 생물 표본 저장소를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 우주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 및 보존생물학연구소의 메리 해그던이 이끄는 과학자 팀에 의해 고안된 새로운 개념은 달에 생물 저장소를 만드는 것의 필요성과 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달에 만들어지는 시원한 저장소에는 지구상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섬유아세포와 섬유세포, 동물 피부 샘플 등을 보존하게 된다. 

 

이 잠재적인 달 생물 저장소는 '냉동 보존'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사용할 것인데, 이것은 본질적으로 세포 물질을 강하게 얼리고 달의 자연 환경을 사용하여 일종의 '정지된 애니메이션'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설명된다. 

7월 31일자 '바이오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논문은 "수많은 인위적 동인 때문에 많은 비율의 종과 생태계가 불안정화와 멸종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는 자연 환경에서 이 종들을 구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보다 더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설령 우리가 수많은 멸종위기종을 그대로 완전히 보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복제가 가능한 수준에서 냉동보존은 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지구상에서 생물학적 샘플들을 냉동 보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 반영구적 저장은 어려운 것으로 판명된 상태다. 

지구에는 반영구적 냉동보관이 가능할 정도로 차가운 자연 발생 장소가 없기 때문에 샘플을 냉동 보관하는 기술과 돈에 의존해야 하지만, 달의 극지방에는 20억 년 이상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분화구 바닥처럼 영구적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들의 온도는 일반적으로 섭씨 영하 196도 이하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지역을 저장창고로 활용할 경우, 큰 비용이나 노력 없이도 영구적으로 세포샘플들을 냉동보존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미국의 민간 달 착륙선이 유명인의 DNA와 유해를 갖고 달 착륙을 시도하기도 한 전력도 있는만큼, 달에서의 종자보존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으로 기대된다.